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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명": "럭키 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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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정보": "이송현 저",
  "출판사": "다산책방",
  "출판일자": "2026년 02월 09일",
  "평점": "10.0",
  "회원리뷰수": "37",
  "베스트": "Y",
  "태그": "청소년 문학 77위 | 청소년 top100 5주",
  "정가": "15,000",
  "판매가": "13,500",
  "쪽수": "268",
  "ISBN13": "9791130674490",
  "ISBN10": "1130674495",
  "카테고리":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책 소개": "“펀치를 날리는 순간,\n서로의 진심이 보이기 시작한다!”\n\n잘 지내는 법보다 잘 싸우는 법이 필요한 우리에게\n『일만 번의 다이빙』 이송현 작가가 건네는 유쾌한 한 방!\n\n십 대의 감정과 고민을 누구보다 유쾌하고 적확하게 풀어내는 작가, 이송현이 새로운 스포츠 × 관계 성장소설로 돌아왔다. 『럭키 펀치』는 『일만 번의 다이빙』의 뒤를 이어 청소년 시절 누구나 느끼는 현실적인 고민과 감정을 스포츠라는 생동감 있는 소재로 풀어낸 작품으로, 한번 링 위에 올라서면 화해를 하든 싸움을 하든 끝을 봐야 한다는 복싱의 특성을 활용하여 처음으로 갈등을 맞닥트린 세 소녀가 주먹을 통해 속마음을 털어놓는 이야기를 그린다.\n\n밝고 기운찬 나겸, 똑똑하고 이성적인 오늘, 상냥하지만 어딘가 멀게 느껴지는 유미.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세 친구는 이상하고도 따뜻한 럭키 체육관에서 주먹을 부딪치며 이전까지는 몰랐던 서로에 대해,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배워간다. 가깝기에 더 알기 어려웠던 친구의 진심을 링 위에서 통쾌하게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작품은 청소년 독자에게 ‘진정한 소통과 관계를 위해서는 서로에게 다정한 주먹을 뻗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목차": "풋워크 십대를 위한 단기 속성 프로그램 __9\n잽 행운은 어디에 __31\n훅 나만의 리듬 __57\n어퍼컷 언럭키 __87\n더킹 황금 주먹 __111\n페인트 속마음 __135\n인파이팅 뜻밖의 재능 __157\n클린치 제대로 울 줄 아는 __181\n크로스 카운터 처음 __207\n스트레이트 희망=노력 __227\nKO 럭키 펀치 __247\n작가의 말 __264",
  "책 속으로": "도석환이 내 옆에 풀썩 앉았다. 쟁반에 피자빵 두 개와 소시지빵 하나가 놓여 있었다. 도석환은 묵묵히 내 쪽으로 소시지 빵을 밀었다.\n“너 소시지빵 좋아하잖아, 맞지?”\n초등학교 때부터 한결같은 나의 빵 취향을 도석환이 기억하다니! 괜한 반가움에 아팠던 어깨가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내 시선을 사로잡는 건 쟁반에 남은 피자빵 두 개였다. 피자빵이 두 개라면 권오늘도 좋아하는 카스테라 대신 도석환과 같은 피자빵을 골랐다는 건데…… 그건 무슨 의미일까?\n--- p.109~110,본문 「어퍼컷_언럭키」 중에서\n\n전신 거울 속 혼자서만 파트너 없이도 더킹 동작을 쉬지 않고 반복하는 유미의 묵묵한 모습이 내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다. 같은 공간에 있는데도 유미는 체육관에 떠도는 모든 소음을 듣지 못하는 사람처럼 자신과의 싸움에 전력을 다하는 중이었다. 나는 그런 유미가 부러웠다.\n--- p.130~131, 본문「더킹_황금 주먹」 중에서\n\n안 관장님의 신호와 함께 링 위의 공기 흐름이 무섭게 변했다. 빠른 풋워크, 전략 싸움, 그리고 정확한 펀치 타이밍을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되새겼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유미의 눈을 자꾸만 피하는 나 자신이다. 유미의 눈동자에 온전히 내가 들어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내 시선을 유미의 눈 아래에 붙잡아 두었다. 그 마음을 숨기려다가 성급하게 움직였다. 스텝과 몸놀림이 따로 논다는 느낌이 온몸을 휘감았다.\n(……)\n이번 스파링은 망했다. 냉철한 전략 싸움이 부재한 경기였다. 하지만 개싸움이건 복싱이건 나는 이 순간만큼은 싸워서 이기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당당히 이겨서 유미에게 따지고 싶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서로를 피하면서 살아야 하냐고, 이유미 네 속을 탈탈 털어서 보여달라고 말이다.\n--- p.163~165「인파이팅_뜻밖의 재능」 중에서\n\n스파링 이후로 전신 거울에 비친 유미의 섀도복싱 동작을 무시하려고 했지만 자꾸만 눈길이 갔다. 유미의 동작에는 힘이 아니라 내가 읽어내지 못하는 영혼이 깃들어 있는 것만 같았다. 이전까지는 몰랐던, 또 다른 유미의 영혼을 마주하고서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아는 유미가 유미의 전부일 거라 여겼던 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n---p.167, 본문「인파이팅_뜻밖의 재능」 중에서\n\n“네 주먹은 다정한 주먹이랄까?”\n금시초문이다. 복싱 이론서에도 없을 용어였다. 도대체 잘 싸우는데 다정함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상대를 단박에 제압할 견고하고 굳센 주먹만이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열쇠가 맞다. 그런데 다정한 주먹이라니!\n“개인주의가 팽배한 이 사회에서 다정할 수 있다는 건 강하다는 뜻이야.”\n(……)\n“아니, 그딴 물렁한 주먹을 가져서 어디에다 쓰게요?”\n적절한 반문이었다.\n“다정한 주먹을 가져야지. 주먹을 마구 휘둘러도 그 누구도 다치지 않게. 넓게 뻗은 주먹을 펴서 더 많은 사람을 끌어당겨 안아줘야지. 안긴 사람이 내 편이어도 좋고 내 편이 아니어도 괜찮아. 그래야 못난 나 자신도 끌어안아 줄 힘이 생기는 거야. 그게 복싱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다.”\n--- p.171~172, 본문「인파이팅_뜻밖의 재능」 중에서\n\n이곳에서 살을 빼려고 발버둥 칠수록 내 영혼은 점점 더 살쪄가는 기분이 들었다. 내 몸을 살피고 평가하는 시간보다 내 주위 사람들에게 눈길 한 번 마음 한 번 건네는 시간이 더 많았으니 말이다.\n--- p.194~195, 본문「클린치_제대로 울 줄 아는」 중에서\n\n“희망을 여기에 품어야 현실이 된다. 희망을 현실로 바꾸려고 인간은 노력이란 걸 하니까.”\n언젠가 안 관장님이 내게 했던 말을 성대모사했다. 노력이란 단어 앞에서 목소리가 삐끗했지만 상관없었다.\n“제법이네, 우리 안나겸 회원님.”\n안 관장님이 웃었다. 눈도 입도 얼굴의 주름도 평소와 달리 느슨하게 풀어진 채였다. 줄넘기를 하고 스텝을 밟고 주먹을 휘두르며 내가 배운 것은 단순한 복싱 기술이 아닌 가슴에 희망을 단단히 품고 노력하는 일이었다.\n“관장님, 저는 여기가…… 럭키 체육관이 참 좋아요. 이곳에 온 게 제 인생 최고의 행운 같아요.”\n\n---p.244, 본문「스트레이트_희망=노력」중에서",
  "출판사 리뷰": "“피하지 마라. 최대한 가까이 붙어 서서 싸워라.\n펀치를 주고받아야만 상대를 제대로 알 수 있다.\n링 위에 마주 선 우리들처럼!”\n\n학교와 가정에서는 늘 아이들에게 “친구와 싸워서는 안 돼, 친구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지”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부딪히지 않고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친한 친구 사이라도 몰랐던 비밀, 가깝기에 오히려 털어놓지 못했던 불만, 답답한 속마음은 쌓이고 쌓이다가 결국 더 큰 갈등을 일으키고 만다.\n\n이럴 때 필요한 것은 ‘친구와 잘 지내는 방법’이 아닌 ‘친구와 한 판 제대로 붙을 방법’이다. 『럭키 펀치』의 주인공인 나겸과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번에야말로 다이어트에 성공하겠다는 결심하에 소문의 럭키 체육관을 찾아온 열일곱 살 나겸은 복싱을 배우며 절친 오늘, 유미의 몰랐던 모습을 알게 된다. 이성적이고 냉철했던 오늘이 잽을 날리며 누군가와 각별한 사이가 된 것 같은데 차마 물어보지 못하겠고, 조용하던 유미도 복싱에 예상치 못한 재능을 보이며 처음으로 나겸과 냉전까지 벌인다.\n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한 채 서먹해져 가던 세 친구는 링 위에서 다시 서로를 마주한다. 그리고 가깝기에 더 알기 어려웠던 진심을, 복싱을 통해 시원하게 주고받는다. 그렇게 나겸과 친구들은 이상하고도 다정한 럭키 체육관에서 주먹을 부딪치며 서로에 대해,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배워나간다.\n\n넓게 휘두른 주먹으로 서로 다른 ‘우리’를 끌어안는\n세 소녀의 특별한 성장 이야기\n“알겠니? 우리가 휘두르는 주먹은 다정한 주먹이다!”\n\n이처럼 『럭키 펀치』는 갈등을 회피하는 청소년 독자에게 친구와 건강하게 싸우는 방법을 알려주는 성장소설이다. 『일만 번의 다이빙』에서 꿈을 향한 십 대의 위태롭고도 찬란한 분투를 담아낸 이송현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청소년 시절 누구나 느끼는 교우관계에서의 고민을 복싱이라는 스포츠와 결합해 매력적으로 풀어냈다. 작품은 한번 링 위에 올라서면 화해를 하든 싸움을 하든 결판을 내려야 한다는 복싱의 특성을 활용해 몸과 마음이 맞닿는 운동 속에서 서로의 상처와 고민을 직면하는 관계를 보여준다. 그 안에서 청소년 독자는 ‘주변 친구들은 다 변화하는데 나만 제자리인 느낌’, ‘과거의 기억 때문에 친구에게 솔직해지기 어려운 마음’ 등 한 번쯤 겪어본 감정을 작품 속 캐릭터를 통해 발견하고,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이송현 작가 특유의 유쾌하고도 진정성 있는 시선과 사춘기의 감정을 깊이 이해하는 섬세한 감각, 삶을 스포츠에 비유하는 창의적인 문장들은 또 한 번 청소년 독자들에게 밝고 긍정적인 영향을 건넨다.\n\n또한, 작품은 나겸이 체육관에서 만난 다양한 이웃들을 통해 독자에게 현대 사회에서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따뜻한 공동체 의식을 전하기도 한다. 무뚝뚝한 듯 다정한 소꿉친구 도석환과 깐깐해 보이지만 사실 누구보다 회원들을 챙기는 안 관장님, 복싱을 시작하며 새 삶을 찾은 시니어 액션 배우 김간난 할머니, 엄마가 일하는 사이 체육관에 맡겨진 세 살 해준이까지. 복싱을 통해 나와 다른 친구를 이해하기 시작한 나겸은 더 나아가 “넓게 뻗은 주먹을 펴서 더 많은 사람을 끌어당겨 안아”(256쪽)주는 법까지 배운다. 십 대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개인주의가 만연한 지금, 『럭키 펀치』 속에 담긴 연대감과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은 더욱 깊은 울림을 전하며, 다정함과 용기, 소통의 힘을 생생하게 그려낸다.\n\n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손절과 회피가 아닌 다른 해결 방안을 모르는 청소년에게는 갈등을 제대로 직면할 근육이 필요하다. 『럭키 펀치』는 그런 청소년 독자들에게 피하지 않고 펀치를 주고받아야만 제대로 상대를 알 수 있다는 사실을 밝고 활기찬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새 학기 시작되는 교우관계 속에서 필연적으로 갈등을 맞닥트리게 될 아이들에게 『럭키 펀치』는 ‘진정한 소통과 관계를 위해서는 다정한 주먹이 필요하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서로를 진심으로 마주할 용기를 건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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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펀치
이송현 저
다산책방
2026년 02월 09일
10.0
37
Y
청소년 문학 77위 | 청소년 top100 5주
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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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30674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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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펀치를 날리는 순간, 서로의 진심이 보이기 시작한다!” 잘 지내는 법보다 잘 싸우는 법이 필요한 우리에게 『일만 번의 다이빙』 이송현 작가가 건네는 유쾌한 한 방! 십 대의 감정과 고민을 누구보다 유쾌하고 적확하게 풀어내는 작가, 이송현이 새로운 스포츠 × 관계 성장소설로 돌아왔다. 『럭키 펀치』는 『일만 번의 다이빙』의 뒤를 이어 청소년 시절 누구나 느끼는 현실적인 고민과 감정을 스포츠라는 생동감 있는 소재로 풀어낸 작품으로, 한번 링 위에 올라서면 화해를 하든 싸움을 하든 끝을 봐야 한다는 복싱의 특성을 활용하여 처음으로 갈등을 맞닥트린 세 소녀가 주먹을 통해 속마음을 털어놓는 이야기를 그린다. 밝고 기운찬 나겸, 똑똑하고 이성적인 오늘, 상냥하지만 어딘가 멀게 느껴지는 유미.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세 친구는 이상하고도 따뜻한 럭키 체육관에서 주먹을 부딪치며 이전까지는 몰랐던 서로에 대해,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배워간다. 가깝기에 더 알기 어려웠던 친구의 진심을 링 위에서 통쾌하게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작품은 청소년 독자에게 ‘진정한 소통과 관계를 위해서는 서로에게 다정한 주먹을 뻗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풋워크 십대를 위한 단기 속성 프로그램 __9 잽 행운은 어디에 __31 훅 나만의 리듬 __57 어퍼컷 언럭키 __87 더킹 황금 주먹 __111 페인트 속마음 __135 인파이팅 뜻밖의 재능 __157 클린치 제대로 울 줄 아는 __181 크로스 카운터 처음 __207 스트레이트 희망=노력 __227 KO 럭키 펀치 __247 작가의 말 __264
도석환이 내 옆에 풀썩 앉았다. 쟁반에 피자빵 두 개와 소시지빵 하나가 놓여 있었다. 도석환은 묵묵히 내 쪽으로 소시지 빵을 밀었다. “너 소시지빵 좋아하잖아, 맞지?” 초등학교 때부터 한결같은 나의 빵 취향을 도석환이 기억하다니! 괜한 반가움에 아팠던 어깨가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내 시선을 사로잡는 건 쟁반에 남은 피자빵 두 개였다. 피자빵이 두 개라면 권오늘도 좋아하는 카스테라 대신 도석환과 같은 피자빵을 골랐다는 건데…… 그건 무슨 의미일까? --- p.109~110,본문 「어퍼컷_언럭키」 중에서 전신 거울 속 혼자서만 파트너 없이도 더킹 동작을 쉬지 않고 반복하는 유미의 묵묵한 모습이 내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다. 같은 공간에 있는데도 유미는 체육관에 떠도는 모든 소음을 듣지 못하는 사람처럼 자신과의 싸움에 전력을 다하는 중이었다. 나는 그런 유미가 부러웠다. --- p.130~131, 본문「더킹_황금 주먹」 중에서 안 관장님의 신호와 함께 링 위의 공기 흐름이 무섭게 변했다. 빠른 풋워크, 전략 싸움, 그리고 정확한 펀치 타이밍을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되새겼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유미의 눈을 자꾸만 피하는 나 자신이다. 유미의 눈동자에 온전히 내가 들어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내 시선을 유미의 눈 아래에 붙잡아 두었다. 그 마음을 숨기려다가 성급하게 움직였다. 스텝과 몸놀림이 따로 논다는 느낌이 온몸을 휘감았다. (……) 이번 스파링은 망했다. 냉철한 전략 싸움이 부재한 경기였다. 하지만 개싸움이건 복싱이건 나는 이 순간만큼은 싸워서 이기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당당히 이겨서 유미에게 따지고 싶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서로를 피하면서 살아야 하냐고, 이유미 네 속을 탈탈 털어서 보여달라고 말이다. --- p.163~165「인파이팅_뜻밖의 재능」 중에서 스파링 이후로 전신 거울에 비친 유미의 섀도복싱 동작을 무시하려고 했지만 자꾸만 눈길이 갔다. 유미의 동작에는 힘이 아니라 내가 읽어내지 못하는 영혼이 깃들어 있는 것만 같았다. 이전까지는 몰랐던, 또 다른 유미의 영혼을 마주하고서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아는 유미가 유미의 전부일 거라 여겼던 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p.167, 본문「인파이팅_뜻밖의 재능」 중에서 “네 주먹은 다정한 주먹이랄까?” 금시초문이다. 복싱 이론서에도 없을 용어였다. 도대체 잘 싸우는데 다정함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상대를 단박에 제압할 견고하고 굳센 주먹만이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열쇠가 맞다. 그런데 다정한 주먹이라니! “개인주의가 팽배한 이 사회에서 다정할 수 있다는 건 강하다는 뜻이야.” (……) “아니, 그딴 물렁한 주먹을 가져서 어디에다 쓰게요?” 적절한 반문이었다. “다정한 주먹을 가져야지. 주먹을 마구 휘둘러도 그 누구도 다치지 않게. 넓게 뻗은 주먹을 펴서 더 많은 사람을 끌어당겨 안아줘야지. 안긴 사람이 내 편이어도 좋고 내 편이 아니어도 괜찮아. 그래야 못난 나 자신도 끌어안아 줄 힘이 생기는 거야. 그게 복싱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다.” --- p.171~172, 본문「인파이팅_뜻밖의 재능」 중에서 이곳에서 살을 빼려고 발버둥 칠수록 내 영혼은 점점 더 살쪄가는 기분이 들었다. 내 몸을 살피고 평가하는 시간보다 내 주위 사람들에게 눈길 한 번 마음 한 번 건네는 시간이 더 많았으니 말이다. --- p.194~195, 본문「클린치_제대로 울 줄 아는」 중에서 “희망을 여기에 품어야 현실이 된다. 희망을 현실로 바꾸려고 인간은 노력이란 걸 하니까.” 언젠가 안 관장님이 내게 했던 말을 성대모사했다. 노력이란 단어 앞에서 목소리가 삐끗했지만 상관없었다. “제법이네, 우리 안나겸 회원님.” 안 관장님이 웃었다. 눈도 입도 얼굴의 주름도 평소와 달리 느슨하게 풀어진 채였다. 줄넘기를 하고 스텝을 밟고 주먹을 휘두르며 내가 배운 것은 단순한 복싱 기술이 아닌 가슴에 희망을 단단히 품고 노력하는 일이었다. “관장님, 저는 여기가…… 럭키 체육관이 참 좋아요. 이곳에 온 게 제 인생 최고의 행운 같아요.” ---p.244, 본문「스트레이트_희망=노력」중에서
“피하지 마라. 최대한 가까이 붙어 서서 싸워라. 펀치를 주고받아야만 상대를 제대로 알 수 있다. 링 위에 마주 선 우리들처럼!” 학교와 가정에서는 늘 아이들에게 “친구와 싸워서는 안 돼, 친구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지”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부딪히지 않고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친한 친구 사이라도 몰랐던 비밀, 가깝기에 오히려 털어놓지 못했던 불만, 답답한 속마음은 쌓이고 쌓이다가 결국 더 큰 갈등을 일으키고 만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친구와 잘 지내는 방법’이 아닌 ‘친구와 한 판 제대로 붙을 방법’이다. 『럭키 펀치』의 주인공인 나겸과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번에야말로 다이어트에 성공하겠다는 결심하에 소문의 럭키 체육관을 찾아온 열일곱 살 나겸은 복싱을 배우며 절친 오늘, 유미의 몰랐던 모습을 알게 된다. 이성적이고 냉철했던 오늘이 잽을 날리며 누군가와 각별한 사이가 된 것 같은데 차마 물어보지 못하겠고, 조용하던 유미도 복싱에 예상치 못한 재능을 보이며 처음으로 나겸과 냉전까지 벌인다.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한 채 서먹해져 가던 세 친구는 링 위에서 다시 서로를 마주한다. 그리고 가깝기에 더 알기 어려웠던 진심을, 복싱을 통해 시원하게 주고받는다. 그렇게 나겸과 친구들은 이상하고도 다정한 럭키 체육관에서 주먹을 부딪치며 서로에 대해,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배워나간다. 넓게 휘두른 주먹으로 서로 다른 ‘우리’를 끌어안는 세 소녀의 특별한 성장 이야기 “알겠니? 우리가 휘두르는 주먹은 다정한 주먹이다!” 이처럼 『럭키 펀치』는 갈등을 회피하는 청소년 독자에게 친구와 건강하게 싸우는 방법을 알려주는 성장소설이다. 『일만 번의 다이빙』에서 꿈을 향한 십 대의 위태롭고도 찬란한 분투를 담아낸 이송현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청소년 시절 누구나 느끼는 교우관계에서의 고민을 복싱이라는 스포츠와 결합해 매력적으로 풀어냈다. 작품은 한번 링 위에 올라서면 화해를 하든 싸움을 하든 결판을 내려야 한다는 복싱의 특성을 활용해 몸과 마음이 맞닿는 운동 속에서 서로의 상처와 고민을 직면하는 관계를 보여준다. 그 안에서 청소년 독자는 ‘주변 친구들은 다 변화하는데 나만 제자리인 느낌’, ‘과거의 기억 때문에 친구에게 솔직해지기 어려운 마음’ 등 한 번쯤 겪어본 감정을 작품 속 캐릭터를 통해 발견하고,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이송현 작가 특유의 유쾌하고도 진정성 있는 시선과 사춘기의 감정을 깊이 이해하는 섬세한 감각, 삶을 스포츠에 비유하는 창의적인 문장들은 또 한 번 청소년 독자들에게 밝고 긍정적인 영향을 건넨다. 또한, 작품은 나겸이 체육관에서 만난 다양한 이웃들을 통해 독자에게 현대 사회에서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따뜻한 공동체 의식을 전하기도 한다. 무뚝뚝한 듯 다정한 소꿉친구 도석환과 깐깐해 보이지만 사실 누구보다 회원들을 챙기는 안 관장님, 복싱을 시작하며 새 삶을 찾은 시니어 액션 배우 김간난 할머니, 엄마가 일하는 사이 체육관에 맡겨진 세 살 해준이까지. 복싱을 통해 나와 다른 친구를 이해하기 시작한 나겸은 더 나아가 “넓게 뻗은 주먹을 펴서 더 많은 사람을 끌어당겨 안아”(256쪽)주는 법까지 배운다. 십 대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개인주의가 만연한 지금, 『럭키 펀치』 속에 담긴 연대감과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은 더욱 깊은 울림을 전하며, 다정함과 용기, 소통의 힘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손절과 회피가 아닌 다른 해결 방안을 모르는 청소년에게는 갈등을 제대로 직면할 근육이 필요하다. 『럭키 펀치』는 그런 청소년 독자들에게 피하지 않고 펀치를 주고받아야만 제대로 상대를 알 수 있다는 사실을 밝고 활기찬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새 학기 시작되는 교우관계 속에서 필연적으로 갈등을 맞닥트리게 될 아이들에게 『럭키 펀치』는 ‘진정한 소통과 관계를 위해서는 다정한 주먹이 필요하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서로를 진심으로 마주할 용기를 건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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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차인표 저
해결책
2021년 12월 15일
9.6
590
Y
청소년 87위 | 국내도서 1위 3주
12,000
10,800
240
979119106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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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차인표 작가가 전하는 감동의 휴먼 드라마 자신을 대변할 수 없었던 이들을 위한 헌사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고국을 떠나 70년 만에 필리핀의 한 작은 섬에서 발견된 쑤니 할머니의 젊은 시절을 담은 이야기이다. 작가는 우리나라가 일본에 주권을 빼앗긴 채 가난하고 핍박받던 시절을 맨몸으로 버텨 낸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 아버지의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남기고자 집필을 시작했다. A4 용지 스무 장 분량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10년의 집필 기간 동안 데이터 유실로 의지가 꺾이기도 하고 모든 것을 원점에서 복기하기를 반복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후, 더욱 진정성과 사실에 근거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소설로 완성되었다. 소설의 배경은 1930년대 백두산 기슭의 호랑이 마을. 엄마와 동생을 해친 호랑이 백호를 잡아 복수하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호랑이 마을로 찾아온 호랑이 사냥꾼 용이와 촌장 댁 손녀 순이 그리고 미술학도 출신의 일본군 장교 가즈오가 등장한다. 그저 평범한 행복을 누리며 살고 싶었던 그 시대의 순수한 젊은이들이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마주한 절망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믿음과 사랑, 헌신적 선택으로 격정의 한때를 관통해 나간다. 작가는 ‘사랑과 용서, 화해’라는 주제 의식을 진중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풀어내면서도 세 주인공을 중심으로 속도감 있고 밀도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또한, 치밀한 세부 장면 구성과 고증을 거친 백두산 마을의 수려한 풍경 묘사는 읽는 내내 머릿속에 한 편의 영화가 떠오를 정도로 생동감 넘쳐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문학적 성취를 보여 준다.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 평온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당신이 그 시대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지금의 우리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무언의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이제,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민족사의 상처를 간직한 이들을 보듬는 차인표 작가의 특별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1. 1931년 가을, 백두산 - 호랑이 마을의 전설 - 호랑이 사냥꾼과 순이 - 황 포수의 계획 - 가즈오의 첫 번째 편지 - 용이와 순이의 마음 - 훌쩍이의 꿈 - 오세요 종이 울리면 - 눈 덮인 억새밭 사이로 - 가즈오의 네 번째 편지 2. 두 번째 이별 - 순이의 기도 - 육발이의 최후 - 엄마별을 찾아서 - 가즈오의 아홉 번째 편지 - 목각 인형 - 들꽃밭의 약속 -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 3. 조선인 여자 인력 동원 명령서 - 가즈오의 예순여덟 번째 편지 - 7년 후 - 불길한 소식 - 호랑이 마을 인구 조사 - 가즈오의 예순아홉 번째 편지 - 폭풍우 치는 밤 - 단 한 명의 처녀 - 슬픔에 젖은 가즈오 - 다케모노 중좌의 일장 연설 - 끌려가는 순이 4. 용이의 전쟁 - 복수의 맹세 - 가즈오의 일흔 번째 편지 - 결심한 가즈오 - 작별 인사 - 결전의 밤 - 일본군 진지 한가운데로 - 구출 - 수색 - 7년 만의 만남 - 일본군의 용이 사냥 - 용서하는 법 5. 백두산의 안개 속으로 - 가즈오의 작전 지시 - 붉은소나무 숲속 은신처 - 탕! 탕! 탕! - 꼭 돌아올게 - 안개에 휩싸인 백두산 작가의 말 추천의 글
크고 밝은 별들 사이에 떠 있는 희미한 별 하나를 가리키며 순이가 묻습니다. “용이야, 저기 저 노란 별 보이니? 난 저 별을 엄마별이라고 불러. 엄마가 거기에 살거든.” 용이는 순이가 가리키는 대로 바라봅니다. 용이가 보는 밤하늘에는 수없이 많은 별들이 똑같이 반짝거립니다. 순이가 어떤 별을 가리키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느 별?” “저기, 칠성별이랑 북극별 사이에서 희미하게 깜빡이는 노란 별. 제일 따뜻해 보이는 별.” 순이의 눈에는 따뜻한 별이 바로 보이는데, 용이의 눈에는 보이지 않나 봅니다. “어디? 어떤 별이 제일 따뜻한 별인데?” 순이는 자신에게는 보이는 엄마별을 용이는 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우리 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그러셨어. 자식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엄마의 영혼은 별이 되어 자신의 아이를 지켜본다고. 사랑하는 아이를 따뜻한 별빛으로 돌보아 주는 거라고…… 언젠가 아이도 엄마별로 오게 되면, 다시 만난 엄마와 아이는 영원히 헤어지지 않고 함께할 거라고.” --- p.64~65 어머니, 저 가즈오입니다. 편지에 홀로 헛간을 고치셨다는 소식에 많이 괴로웠습니다. 다리가 불편하신 어머니께 무거운 짐을 지게 해 드리고, 저 혼자만 대의명분을 찾고 있는 게 아닌가 자책하게 됩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일본에 있었다면 한걸음에 달려가서 도와드렸을 텐데, 얼마나 힘드십니까. (...) 어쨌든 저는 대일본제국군의 장교로서 조국이 저에게 요구하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어머니, 이제 2년 반 남았습니다. 2년 반 후에는 일본으로 돌아가 어머니의 아픈 발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사랑합니다. --- p.70~71 일본 병사들이 순이에게 다가오는 순간, 촌장님 곁에서 훌쩍거리며 서 있던 훌쩍이가 순이 앞을 가로막습니다. “안 돼. 못 데려가.” “이 자식은 뭐야? 죽고 싶나? 비켜.” 병사 한 명이 훌쩍이의 가슴에 총을 겨누며 엄포를 놓습니다. “못 비켜. 너네가 비켜. 어떻게 물어보지도 않고 사람을 물건 옮기듯 데려간다는 거야! 너네가 순이 아빠냐? 엄마냐? 니들이 도대체 뭔데 순이한테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하는 거야? 다 가, 가 버려. 너희들…… 안 가면, 진짜 혼난다. 용이한테 말할 거야. 용이가 돌아오면 너희들 다 혼내 줄 거야. 용이가 니들 궁둥이 한번 걷어차면 일본까지 날아간다.” 다케모노가 권총을 들어 훌쩍이를 겨눕니다. 훌쩍이는 어쩌면 그 권총이 곧 발사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훌쩍이는 단지 훌쩍거릴 뿐이지, 바보가 아닙니다. --- p.135 “용이야, 이제 그만 백호를 용서해 주면 안 되겠니?” 용이가 다시 침묵합니다. 소리 없이 울고 있는 것입니다. (...) “난 네가 백호를 용서해 주면, 엄마별을 볼 수 있게 될 것 같아.” “모르겠어. 용서를 어떻게 하는 건지. 상대가 빌지도 않은 용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띄엄띄엄 말을 잇는 용이의 얼굴이 깊은 외로움을 머금고 있습니다. “용서는 백호가 용서를 빌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엄마별 때문에 하는 거야. 엄마별이 너무 보고 싶으니까. 엄마가 너무 소중하니까.” 잠잠히 순이의 말을 듣고 있던 용이의 커다란 눈동자에 밤하늘의 별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용이는 그 눈동자로 말없이 순이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 p.194~195
생명 존중과 선한 인간 본성에의 성찰, 용서에 관한 아름다운 서사 창작의 계기가 된 훈 할머니 이야기 1997년 어느 날, 작가는 위안부로 끌려간 지 55년 만에 고국에 돌아와 가족들과 재회하는 훈 할머니 소식을 TV 뉴스로 접하고, 연민과 분노, 서운함이 가슴을 꽉 채우는 느낌을 받았다. 만약 훈 할머니가 일본군에게 끌려가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누리며 부모님과 이웃에게 사랑받으며 살았을 것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자녀를 낳아 엄마가 되는 행복도 누렸을 것이다. 그런데 훈 할머니는 비극적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억지와 무력에 의해 희생당하는 삶을 살고 모국어마저 거의 잃어버린 채 인생의 끝자락이 되어서야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작가는 이러한 훈 할머니 이야기와 일제 강점기에 어렵사리 삶을 이어 간 이들이 선택할 수 없었던 인생의 비극과 아이러니에 크게 공명하며, 다시는 이러한 아픔과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집필을 시작했다. 생명 존중과 따스한 연대 의식을 구현한 이야기와 매력적인 인물들 청소년들이 교과서로만 접하던 일제 강점기 위안부 강제 동원의 부당함을 가슴으로 절절히 느낄 수 있는, 서정성이 물씬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따뜻한 인간 본성과 연대 의식을 깨닫게 해 준다._「추천의 글」 중에서 강현구(경문고 국어교사) “호랑이들은 우리가 마을을 만들고 정착하기 훨씬 오래전부터 이 산에서 살고 있었네.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객인지 생각해 보게나. 사람에게 해가 된다고, 혹은 조금 불편하다고, 혹은 조금 이득이 생긴다고 닥치는 대로 잡아 죽이면 세상이 어찌 되겠는가? 설령 그것이 사람이 아니라 짐승일지라도 말일세. 세상은 더불어 사는 곳이네. 짐승과 더불어 살지 못하는 사람은 사람과도 더불어 살 수 없는 법이야.”_본문 「호랑이 마을의 전설」 중에서 “세상에, 새끼도 육발이라니. 그럼 그 새끼 호랑이는 어떻게 됐어?” “아버지가 새끼도 어미처럼 난폭한 호랑이로 자랄 거라면서 죽이라고 하셨어.” (...) 이번에는 순이가 침묵합니다. “죽였다고 거짓말했어. 나더러 죽이라고 하셨는데 새끼 호랑이의 눈을 보니 도저히 그럴 수 없어서 아버지 몰래 보내 줬어.” 순이가 안도의 숨을 내쉽니다. 새끼 호랑이를 죽이지 않은 용이가 고맙습니다._본문 「육발이의 최후」 중에서 “이거 살아 있습니다! 벼 이삭이 아직 꺾이지는 않았어요. 진흙이 묻어서 그렇지, 다 살아 있는 거예요.” 사람들이 하나둘 논으로 뛰어듭니다. (...) 호랑이 마을 사람들과 일본군 병사들이 함께 어우러져 일을 합니다. (...) 저들은 해낼 것입니다. 합심해서 송장처럼 쓰러졌던 벼를 모두 일으켜 세울 것입니다. (...) 다시 살아난 벼 이삭은 더 많은 쌀 알갱이를 품어 키워 낼 것입니다. 그 쌀 알갱이들은 따뜻한 밥 한 그릇이 되어 지치고 배고픈 누군가의 생명을 지탱해 줄 것입니다. 그렇게 모두들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아무리 작은 생명일지라도, 살아 있는 하나의 생명은 또 다른 생명을 살리는 단초가 되니까요. 생명이란 일회성이 아닌 연속성을 가진, ‘살아 있음’ 그 자체라는 것을 새끼 제비는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_본문 「단 한 명의 처녀」 중에서 어머니, 돌아갈 곳이 없다면 보이지 않는 길로 가겠습니다. 만약 제 계획이 성공한다면 저는 내 조국의 헛된 욕망 때문에 희생된 수백만 명의 생명 중 최소한 한 생명에게라도 사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서 쳐 내지 않고 살려 주신 그 마른 나뭇가지에 복숭아가 수없이 많이 열렸듯, 제가 살리는 그 한 생명으로부터 우리 일본이 해친 것만큼 새 생명이 다시 태어나기를 바랍니다._본문 「가즈오의 편지」 중에서 이 책에 흐르는 기조는 크게 ‘생명 존중’과 ‘용서’로 집약될 수 있다. 책에 나오는 백두산 호랑이 마을 사람들의 자연과 동물에 대한 깊은 공감과 존중, 육발이의 새끼를 몰래 살려 준 용이, 버려진 아기 샘물이를 키우면서 할아버지를 보살피는 순이, 일본군 장교 가즈오의 편지 내용과 그의 행동 등을 보면 따뜻한 인간 본성과 연대 의식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준다. 작가의 올곧고 선한 마음이 각 인물들에 투영돼 있는 모습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깊이 공감하는 능력과 이를 구체적이고 생생한 인물로 구현해 내는 표현력의 진수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이 인물들을 통해 작가가 꿈꾸는 세상(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며 토닥거리며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세상)이 어떠한 모습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이 책에는 짐승이든 사람이든 절대적인 악이 존재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모두 그렇게 된 저마다의 사정과 이유가 있음을 보여 주어 따스한 연민 의식을 불러일으킨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엄마’라는 별의 의미, 엄마별을 찾는 고단한 삶의 여정 “용이야, 저기 저 노란 별 보이니? 난 저 별을 엄마별이라고 불러. 엄마가 거기에 살거든.” “어느 별?” “저기, 칠성별이랑 북극별 사이에서 희미하게 깜빡이는 노란 별. 제일 따뜻해 보이는 별. 우리 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그러셨어. 자식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엄마의 영혼은 별이 되어 자신의 아이를 지켜본다고. 사랑하는 아이를 따뜻한 별빛으로 돌보아 주는 거라고. 언젠가 아이도 엄마별로 오게 되면, 다시 만난 엄마와 아이는 영원히 헤어지지 않고 함께할 거라고.” “그렇구나.” “용이야, 언젠가 우리가 어디에 있든 같은 엄마별을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다.”_본문 「엄마별을 찾아서」 중에서 순이는 어린 나이에 엄마를 병으로 잃고, 엄마가 별이 되어 자신을 별빛으로 돌보아 준다고 믿는다. 엄마별은 항상 아이들을 지켜보지만 아이들은 미움과 원망 없는 청명한 마음이어야 엄마별을 볼 수 있다. 호랑이 사냥꾼 용이의 마음에는 엄마와 동생을 해친 백호에 대한 미움이 가득해 엄마별을 보지 못하는데, 순이는 그런 용이가 마냥 안타깝다. 둘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함께 따뜻한 별, 엄마별을 보게 되길 염원한다. 이 책에서 ‘엄마’는 매우 중요한 모티프이다. 용이와 순이는 엄마 없이 자랐고, 순이의 평범한 소원은 엄마로 살다가 엄마로 죽는 것이다. 엄마에 대한 결핍이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키우는 한편, 엄마를 구원의 다른 이름으로 여기게 된다. 일본군 장교 가즈오의 여섯 편의 편지에서도 전체를 아우르는 변함 없는 ‘모정’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포악한 호랑이 육발이조차도 새끼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한없이 자애로운 엄마였다. 우리 모두에게는 생명을 부여해 준 엄마가 있다. 이 책의 주요 장면마다 등장하는 새끼 제비는 높은 곳에서 호랑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과 인물의 삶 전체를 살피는 존재로 나온다. 하지만 엄마는 이 새끼 제비보다 더 높은 곳에서 아이들을 지켜보고 보듬어 주는, 더 절대적이고 높은 차원의 사랑과 안식, 용서이자 구원이다. 엄마는, 엄마별은 세상의 모든 근원적인 선과 아름다움을 응축하고 있다. “용이야, 이제 그만 백호를 용서해 주면 안 되겠니?” 용이가 다시 침묵합니다. 소리 없이 울고 있는 것입니다. “난 네가 백호를 용서해 주면, 엄마별을 볼 수 있게 될 것 같아.” “모르겠어. 용서를 어떻게 하는 건지. 상대가 빌지도 않은 용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띄엄띄엄 말을 잇는 용이의 얼굴이 깊은 외로움을 머금고 있습니다. “용서는 백호가 용서를 빌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엄마별 때문에 하는 거야. 엄마별이 너무 보고 싶으니까. 엄마가 너무 소중하니까.”_본문 「용서하는 법」 중에서 평생 백호를 쫓던 용이의 아버지 황 포수는 머나먼 시베리아 땅에 묻히고 만다. 용이는 결국 부모 모두를 죽게 한 백호에 대한 복수심에 사로잡혀 7년의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엄마별을 볼 수 없다. 이에 순이는 용서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는 용이에게 용서는 상대가 용서를 비니까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용서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마도 이 용서는 백호에 대한 용서뿐만 아니라 용이와 용이 아버지를 내쫓기게 한 마을 사람들, 불가능하겠지만 더 나아가서는 순이를 위안부로 끌고 간 일본군들을 용서하는 것까지를 내포하는 것 아닐까. 용이는 위안부로 끌려간 순이를 기약 없이 기다리며 나무를 깎아 순이의 모습을 만들어 간직한다. 오랜 세월이 흘러 귀국한 순이(쑤니 할머니)는 그 나무 조각의 뒷면에 적힌 작은 글자를 발견한다. 따뜻하다, 엄마별. 결국 용이도 훗날 엄마별을 본 것이리라. 용서를 구하지 않은 그들을 용서한 것이리라. 비로소 용서가 완성되는, 이 소설의 백미이자 슬프게 빛나는 순간이다. 동시에 긴 여운을 남긴다. 책장을 덮으면 엄마별이 세파에 지친 모든 이들의 마음을 따스히 안아 주며 다독여 주는 듯하다. 이를 두고 김민섭 작가는 “용서가 결국 모두의 삶을 진전시킬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의 선한 마음과 태도는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지 묻는 듯하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끔 만든다.”고 말한다. 총평: 결코 잊지 말아야 할, 한 편의 아름다운 영화 같은 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면서도 동화적 상상력으로 가득 찬 독창적인 구성, 함께하고 싶은 선한 의지를 가진 매력적인 인물들, 백두산을 배경으로 한 자연 묘사에 대한 고증과 통찰, 밀도감 있는 스토리텔링을 두루 갖춘 아름다운 서사이다. 작가는 ‘생명의 소중함, 선과 악, 삶과 죽음, 사랑과 용서’라는 결코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주제를 짜임새 있고 탄탄하게 풀어내,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에 단숨에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도록 하였다. 김민식 작가는 “배우 차인표가 쓴 책을 읽다가 작가 차인표를 만났다. 놀라웠다. 용서를 빌지 않는 상대를 어떻게 용서할 것인가…… 저자가 건넨 화두가 오래도록 마음을 흔든다. 애틋한 사랑 이야기와 통쾌한 활극의 만남 또한 인상적이다. 언젠가는 영화로도 만나고 싶은 작품이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또한,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순수한 소년 소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황순원의 『소나기』, 지난한 우리 민족사의 한 부분을 관통하는 한 여인의 성장기를 담은 권정생의 『몽실 언니』의 계보를 잇는, 굴곡진 우리네 근현대사를 가슴으로 절절히 느끼게 해 주는 문학 작품의 진수이자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역사 교과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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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김려령 저
창비
2008년 03월 17일
9.4
213
Y
청소년 문학 79위 | 국내도서 top20 1주
15,000
13,500
211
9788936456085
8936456083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마해송문학상과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석권한 주목받는 젊은 작가 김려령의 청춘소설. 집도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지만 싸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열일곱 소년 완득이가 성장해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내었다. 이 소설은 가진 건 타고난 두 주먹뿐인 뜨거운 청춘 도완득, 학생들을 살살 약 올리는 재미로 학교에 나오는 건 아닐까 의심스러운 담임선생 ‘똥주’, 전교 1, 2등을 다투는 범생이지만 왠지 모르게 완득이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윤하 등 매력적인 인물들을 등장시켜 재미를 더한다. 『완득이』는 온실의 화초는 절대 알지 못할 생활 감각과 인간미, 낙천성을 가진 주인공 완득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준다. 난쟁이 아버지와 베트남에서 온 어머니, 어수룩하고 말까지 더듬는 가짜 삼촌까지... 냉정한 현실 속에서도 완득이는 정해진 길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대신, 세상과 온몸으로 부딪쳐 자신만의 길을 찾아간다. '희망'이라는 다소 촌스러운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감동적인 소설이다. 속도감 넘치는 문체와 빠른 스토리 전개가 돋보인다. 『완득이』는 양장본과 청소년문학 시리즈의 한 권으로 각각 출간되었는데, 이 책은 후자에 해당한다.
1부 체벌 99대 집행유예 12개월 체벌 3개월 할부 모릅니다 기억에 없는 모유 2부 신성한 교회에서 웬일이야 꽃분홍색 낡은 단화 종이 한 장 차이 잠깐 나와 주시죠 스텝 바이 스텝 3부 원 투 차차차, 쓰리 투 차차차 목에 박힌 말 T. K. O. 레퍼리 스톱 첫 키스는 달콤하지 않았다 못 찾겠다, 꾀꼬리 작가의 말 특별판 작가의 말
특별한 성장소설, 『완득이』 『완득이』는 우리 문학사에서 쉬이 찾아보기 힘든, 그래서 더욱 반가운 활력 만점의 성장소설이다. 『완득이』 출간 이전 우리 독자들은 성장소설의 진정한 감동과 재미를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서구소설이나 『GO』 같은 일본 대중소설에서 찾아왔던 것이 사실. 이제 우리도 청춘소설의 고전 반열에 들 작품, 그리고 한 세대를 풍미할 주인공 ‘완득이’를 얻게 되었다. 완득이는 집도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지만 싸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열일곱 소년이다. 철천지원수였다가 차츰 ‘사랑스러운 적’으로 변모하는 선생 ‘똥주’를 만나면서 완득이의 인생은 급커브를 돌게 된다. 킥복싱을 배우면서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법을 익히고, 어머니를 만나면서 애정을 표현하는 법을 알게 되는 완득이는 소설 속에서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의 향연 『완득이』는 주인공부터 조연에 이르기까지, 현실에서 튀어나온 듯한 개성 만점의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 조화를 이루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가진 건 타고난 두 주먹뿐인 뜨거운 청춘 도완득은 첫눈에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학생들을 살살 약 올리는 재미로 학교에 나오는 건 아닐까 의심스러운 담임선생 ‘똥주’, 부잣집 딸에다 전교 1·2등을 다투는 모범생이지만 왠지 모르게 완득이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윤하’ 등도 매력 만점의 주인공이다. 완득이가 교회에 갈 때마다 나타나 ‘자매님’을 찾는 정체불명의 핫산, 밤마다 “완득인지, 만득인지”를 찾느라 고래고래 소리치는 앞집 아저씨 등등 양념처럼 등장하여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변 인물들의 조화도 더없이 절묘하다. 차차차보다 유쾌하게, 킥복싱보다 통쾌하게! 캐릭터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완득이』의 매력은 바로 속도감 넘치는 문체다. 리드미컬한 대사와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되는 스토리는 일견 만화를 연상시킬 정도다. 『완득이』는 롤러코스터다. 한번 올라타면 끝날 때까지 절대 내릴 수 없다. 꾸밈없이 솔직한 문장과 거침없이 내달리는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은 차차차보다 유쾌하고, 킥복싱보다 통쾌한 완득이의 스텝을 따라 어느새 신나게 들썩이고 있는 자신의 두 발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희망’이라는 촌스러운 단어의 화려한 부활 또 하나, 『완득이』가 지닌 가장 강력한 무기는 한바탕 웃고 난 뒤 코끝을 찡하게 하는 감동이다. ‘난쟁이’ 아버지와 베트남에서 온 어머니, 어수룩하고 말까지 더듬는 가짜 삼촌으로 이루어진 완득이네는 냉정한 현실에서 결코 환영받지 못할 가족상이다. 하지만 완득이는 기죽고 좌절하기는커녕 남들이 지레 포기해 버린 행복까지 단단히 그러쥔다. 정해진 길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대신, 세상과 온몸으로 부딪쳐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온실의 화초는 절대 알지 못할 생활 감각과 인간미, 낙천성을 지닌 완득이를 통해 독자들은 ‘희망’이라는 촌스러운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특별판 작가의 말 중에서 책날개의 제 소개 글이 제법 길어졌습니다. 2008년 3월 17일 초판 1쇄 발행 시에는 이보다 간결했던 페이지였습니다. 제 이름보다 훨씬 호명이 많았던 완득이도 그간 꽤 바지런했습니다. 연극으로 영화로 뮤지컬로 음악으로, 심지어 책갈피 모델로도 활약했습니다. 워낙 뚝심 좋은 녀석이라 저를 탄생시킨 작가 따위 뒤로하고 스스로 제 갈 길을 찾아갔습니다. 그러고는 이제 오랜 세월 입었던 옷을 벗고 새 단장까지 합니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 특유의 구김살 없는 예쁜 모습으로. 모두 여러분 덕분입니다. 그 덕에 완득이가 빛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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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아는데
박영란 저
우리학교
2025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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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77위 | 청소년 top20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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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돌아왔다, 나쁜 기억을 모두 잊은 채.” 어두운 밤, 깊은 숲, 놀이와 폭력 사이 어딘가…… 동경과 매혹에 관한 선득하고 아릿한 이야기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 분위기를 가진, 비싼 밥을 사 주고 이따금 ‘나’에게 친절을 베풀던 불친절한 ‘그 사람’. 학교 폭력을 저지르고 서울로 전학을 간 뒤 유학을 떠나, 영영 다시 볼 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그 사람이 다시 돌아왔다. 그 모든 기억을 잃은 채로. 삶을 대하는 십 대의 마음을 깊이 존중하며 『서울 아이』 『나로 만든 집』 『편의점 가는 기분』 등의 작품에서 청소년 주인공의 성장을 남다르게 그려온 작가 박영란은, 이번 신작 『나는 너를 아는데』에서 더욱 치밀해진 서사로 독자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이웃, 친구, 선후배 그 어떤 말로도 관계를 쉽게 규정하기 어려운 그 사람과 나 사이에는 부모님도 가장 친한 친구도 모르는 일이 있었다. 그 사람은 정말로 기억을 잃은 것일까? 왜 돌아왔을까? 내가 그 사람과 보냈던 시간은 나에게 무엇이었나? 선택적으로 지워진 기억을 붙들고 끝없는 의심과 모호함을 헤치며 나아가는 이야기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둔 채 서스펜스 넘치게 펼쳐지며 끝까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누구나 자라며 예기치 않게 경험하는 나쁜 것들 앞에서 나와 그 사람이 선택하는 서로 다른 두 갈래 길은 동경과 매혹, 놀이와 폭력 그리고 기억과 책임의 경계를 선득하게 질문하며 차마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로 우리를 데려갈 것이다.
1장 나에게 2장 너에게 3장 너와 나에게 작가의 말
나를 본다 해도 그 사람은 나인 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5년 사이 나는 30센티미터가량 키가 자랐고, 그만큼 몸집도 커졌다. 나는 그 사람이 알던 예전의 나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 p.17~18 “무슨 사이냐?” “동네 형.” “우리 동네에도 저런 형 있으면 좋겠다.” “너 든든하겠다.” “어떻게 저런 형이랑 말을 텄냐?” “동네에서 학원 버스 타는 게 저 형하고 나 둘뿐이야.” --- p.25 “여기서 나를 제일 잘 알 거라던데 사실입니까?” 고장 난 듯한 미소도 이상하고, 난데없는 존대도 이상하고, 질문도 이상했다. 어쩌면 아버지가 하라는 대로 하는 걸 수도 있었다. 우리가 어색해하는 걸 느꼈는지 그 사람은 존대는 집어치우겠다는 듯 손을 허공에 휘저었다. --- p.52 그 사건이 밝혀진 뒤 그 사람은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쫓겨났다. 나는 그 사람이 이 동네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포레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바로 그것이 그 사람에게 치명적인 벌이니까 --- p.62~63 “오늘 한가하다 해서 왔어. 나하고 어디 좀 같이 가 줄 수 있나 싶어서. 아, 시간 얼마 안 들어. 길어야 두 시간 정도?” “어딘데요?” “어릴 때 나 살던 동네.” --- p.70 “무슨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니들하고 사이좋게 지낸 이야기.” “그건 왜요?” “그런 이야기 들으면 기분이 좋아져. 어쩐지 내가 좋은 사람일 거 같고 그래.” --- p.117
“그 사람이 돌아왔다, 나쁜 기억을 모두 잊은 채.” 어두운 밤, 깊은 숲, 놀이와 폭력 사이 어딘가…… 동경과 매혹에 관한 선득하고 아릿한 이야기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 분위기를 가진, 비싼 밥을 사 주고 이따금 ‘나’에게 친절을 베풀던 불친절한 ‘그 사람’. 학교 폭력을 저지르고 서울로 전학을 간 뒤 유학을 떠나, 영영 다시 볼 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그 사람이 다시 돌아왔다. 그 모든 기억을 잃은 채로. 삶을 대하는 십 대의 마음을 깊이 존중하며 『서울 아이』 『나로 만든 집』 『편의점 가는 기분』 등의 작품에서 청소년 주인공의 성장을 남다르게 그려온 작가 박영란은, 이번 신작 『나는 너를 아는데』에서 더욱 치밀해진 서사로 독자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이웃, 친구, 선후배 그 어떤 말로도 관계를 쉽게 규정하기 어려운 그 사람과 나 사이에는 부모님도 가장 친한 친구도 모르는 일이 있었다. 그 사람은 정말로 기억을 잃은 것일까? 왜 돌아왔을까? 내가 그 사람과 보냈던 시간은 나에게 무엇이었나? 선택적으로 지워진 기억을 붙들고 끝없는 의심과 모호함을 헤치며 나아가는 이야기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둔 채 서스펜스 넘치게 펼쳐지며 끝까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누구나 자라며 예기치 않게 경험하는 나쁜 것들 앞에서 나와 그 사람이 선택하는 서로 다른 두 갈래 길은 동경과 매혹, 놀이와 폭력 그리고 기억과 책임의 경계를 선득하게 질문하며 차마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로 우리를 데려갈 것이다. “우리, 예전엔 친했어요.” 그 사람이 돌아왔다, 5년 전 그 모든 일을 잊은 채로 주인공 ‘나’는 네 살 많았던 ‘그 사람’이 5년 전 자기 친구들에게 저지른 학교 폭력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그 사람은 사건 이후 서울로 전학을 갔다. 그곳에서 졸업한 뒤에는 유학하러 갔다더니 ‘나’가 고3이 된 해 여름 다시 돌아왔다. 그 모든 기억을 잃은 채로. 작가 박영란은 『서울 아이』 『나로 만든 집』 『편의점 가는 기분』 등 삶을 대하는 십 대의 진지한 태도를 깊이 존중하며 청소년 주인공의 성장을 담담하게 그려왔다. 이번 『나는 너를 아는데』에서는 모호하고 치명적인 기억을 흔들림 없이 대면하고 마침내 그 일에 ‘더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는 ‘나’의 심리를 세밀하게 그리며 동경과 매혹, 기억과 책임의 본질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이웃, 친구, 선후배 그 어떤 말로도 관계를 쉽게 규정하기 어려운 그 사람과 ‘나’ 사이에는 부모님도 가장 친한 친구도 모르는 일이 있었다. 독자는 주인공이 끝없는 의심과 모호함을 헤치고 조우한 어떤 화해의 순간에 누구보다 먼저 자기 자신과 손잡게 될 것이다. 누구나 자라며 예기치 않게 경험하는 나쁜 것들 앞에서 두 아이가 택했던 두 갈래 길 앞에 서게 만드는, 차마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무래도 내가 잘못한 게 많은 모양이지?” 어두운 밤, 깊은 숲, 놀이와 폭력 사이 어딘가…… 동경과 매혹에 관한 선득하고 아릿한 이야기 청소년기의 미묘한 관계와 그 안에서 형성되는 권력의 문법을 남다른 통찰력으로 묘사해 온 박영란 작가에게 이 작품 속 공간은 누군가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가늠하게 하는 장소이자 한 사람의 폭력과 친절, 매혹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담긴 총체적이고 복합적인 장소이다. 그 사람은 이 지역에 태어나 자란, 동네에서 가장 좋은 집에 사는, 범접하기 힘든 분위기를 자아내는, 어두운 산길을 홀로 다니길 주저하지 않았다. 독자는 누구나 쉽게 마음을 내어줄 만한 그 사람을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고급 전원주택 단지와 겹쳐 보게 된다. “나쁜 일 몇 번 안 해 본 사람도 있나?” 너무 천진하고 태연해서 어이가 없었다. “정말 나쁜 일은 안 하고 사는 사람이 더 많죠.” “나쁜 일은 안 하고들 산다고?” “그럼요.” “어떤 걸 정말로 나쁜 일이라고 하지? 이를테면?” _본문 중에서 매끄러운 외관에 마음을 빼앗겨 들여다보면 마주하게 되는 텅 빈 집들, 이른 저녁부터 금세 깊어지는 숲으로 둘러싸여 외출을 꺼리게 되는 동네를 독자는 기억을 잃은 그 사람의 내면 풍경과 겹쳐 보게 된다. 주인공 ‘나’는 그런 그 사람의 마음을 모두 파헤쳐 보려 한다. 어쩌면 그 사람 자신조차 미처 알지 못하는 그 마음을. ‘나’는 그 사람과 보낸 시간이 그저 심상하고 나쁜 버릇에서 비롯된 것에 불과했는지 확인해야만 한다고 느낀다. 쉽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 대상의 속성과 청소년기 미묘한 관계의 문법을 섬세하게 포착한 문장들은 씨실과 날실이 되어 끝내 잊을 수 없는 한 장면을 직조해 낸다.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 위험하고 나쁜 것들과 우리가 자라는 동안 상실하고 재구성하는 기억들, 모호함 속에서도 스스로를 대면하고야 마는 용기에 대하여 독자는 기억을 잃었다는 그 사람의 말을 계속해서 의심하게 된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둔 채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결말까지 서스펜스 넘치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은 모두 이 의심에서 나온다. 그 사람은 정말 기억을 잃은 게 맞을까? ‘나’에게 묘한 호의를 보였던 그 사람과 자기 친구에게 가혹한 폭력을 행사한 그 사람은 정말 같은 사람이 맞을까? 누구라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던 그 사람은 왜 그런 일을 벌였을까? 그리고 나는 그 사람에게서 무엇을 바라는 걸까? “당신이 알았으면 해서요.” “내가 한 짓을?” “네.” “난 이미 알아. 기억에 없어서 실감이 없을 뿐.” “편리하겠어요.” _본문 중에서 작품 속에는 어두운 숲속과 신도시 학원가, 전원주택 단지와 공장으로 변한 오래된 동네가 한 사람의 기억을 되짚는 미로처럼 얽혀 있다. 독자는 주인공과 함께 그 속을 헤매며 폭력이 남긴 흔적을 함께 쫓는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는 일이 더없이 어려워진 세계에서, 그럼에도 스스로를 대면하려는 이들에게 ‘기억의 윤리’를 건네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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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망할 열네 살
김혜정 저
사계절
2026년 01월 12일
10.0
33
Y
청소년 60위 | 청소년 top20 2주
15,000
13,500
204
9791169814164
1169814166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MD 한마디 『오백 년째 열다섯』 김혜정 작가의 귀환 서툰 시작이 엉망진창으로 망해버린 것 같아도 아직 희망은 있다. 오늘 망했다고 내일도 망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어린이를 졸업했지만 청소년이라는 말은 어색한, 첫 발걸음을 내딛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보내는 응원을 담은 책. 2026.01.23. 청소년 PD 배승연 청소년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김혜정이 처음 쓴 열네 살 이야기 ‘시작’을 앞둔 십 대에게 보내는 진짜 솔직한 응원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새 학교, 새 학년을 준비하는 청소년에게 꼭 맞는 청소년소설이 출간된다. 『열세 살의 걷기 클럽』, 『오백 년째 열다섯』 등 장르를 넘나들며 십 대 독자들이 사랑하는 작품들을 발표해 온 김혜정 작가의 신작 『이 망할 열네 살』이다. 이 책은 서른 권도 넘는 청소년소설을 발표해 온 김혜정 작가가 처음 쓴 열네 살들의 이야기다. 드디어 ‘어린이’를 졸업했지만, ‘청소년’이라는 말은 마치 첫 교복처럼 아직 어색한 열네 살들에게 중학교라는 새로운 관문은 어떤 의미일까? 초등학교 내내 학교생활에는 자신 있었던 ‘전교 회장 출신’ 도하민은 갓 입학한 중학교에서 인생 최대 위기를 맞는다. 한 달이 넘도록 한 명의 친구도 사귀지 못하고, 단 1센티미터도 크지 않은 것이다!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애쓸수록 하민의 학교생활은 꼬여만 간다. 나랑 잘 지내는 게, 친구와 잘 지내는 게, 세상과 잘 지내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이 헐렁한 교복이 몸에 딱 맞는 때가 과연 오기나 할까?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도하민의 열네 살은 결코 만만치 않다. 어제 없던 인기가 갑자기 생길 리 없고, 떨어진 회장 선거를 없던 일로 만들 수도 없다. 하지만 아직 “망했다”고는 할 수 없다. 잘나가는 초등학생이 잘나가는 중학생이 될 수 없다는 건, 오늘 망했다고 내일도 망하리란 법은 없다는 뜻이니까! 그것이 바로 김혜정 작가다운 유쾌한 정면돌파이자 진솔한 응원이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처음’을 앞둔 청소년에게는 그저 아름답고 조심스러운 위로보다, 너 자신과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믿어도 된다고 등을 팡팡 두드려 주는 친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책은 청소년 독자에게 아주 친한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프롤로그: 중 1이라는 이세계(異世界)에 도착했습니다 1부 새로운 환경 1. 입학 2 . 회장 선거 3 . 커녕의 나날 2부 비상을 꿈꾸며 4 . 나야, 도하민 5 . 이게 아닌데 6 . 오해의 연속 7. 지하의 생활 8 . 다행히 방학 3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9. 거짓말의 여왕 10. 어쩌다 셋 11. 같이 할래? 12. 깨진 유리창 붙이기 13 . 60분의 모험 14 . ㅁㅊ 4부 계단을 오르며 15 . 안 괜찮아 16 . 종업식 작가의 말: 처음 시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중학교라는 이세계(異世界), 뒤로 가기도 새로 고침도 없다! 주인공 도하민은 초등학교 6년 내내 학급 회장을 맡았고, 6학년 때는 전교 회장이었다. 졸업과 동시에 이사를 하면서 새로운 동네에서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는데 하민이는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친구 사귀기도, 학교생활도 늘 자신있었으니까. 그런데 첫날부터 뭔가 잘못되었다. 입학식에 부모님이 오신 것도, 꽃다발을 받은 것도 하민이뿐이었다. 중학교는 입학 첫날부터 6교시까지 수업을 했으며, 수업마다 선생님이 바뀌었다. 학원까지 마치고 집에 오면 가방을 벗을 힘도 없다. 과목도 많고 아이들도 많고 학원도 많다. 중학생이 되고 나니 다 많아지고 다 늘어났다. 중학교는 초등학교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이세계를 꿈꾸지 말았어야 했다. 더구나 지금 도착한 이세계는 판타지가 아닌 현실이다. 그러니까 나는 영영 이곳에 도착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망했다. (7쪽) 중학교라는 이세계(異世界). 하민은 웹소설이나 웹툰에서 마주하던 흥미로운 세계관이 현실에 펼쳐진 기분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도 없고 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김혜정 작가는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절묘한 비유로, 이제 막 중학교에 들어선 청소년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 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한 살 더 먹는다든가, 하루가 지났는데 학년이 바뀐다든가 하는 일은 해마다 일어난다. 모든 어린이 청소년은 해마다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 고충을 이렇게까지 속속들이 알아주다니! 새로운 교실 문 앞에서 심호흡을 해 본 십 대라면 누구나 하민이의 앞날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나는 내가 너무 별로다” 초등학교 때의 인기를 회복하려는 하민의 시도는 족족 실패한다. 회장 선거에 나가서 공약을 랩으로 발표했는데 아무도 웃어 주지 않았고, 축구 시합에서 활약해 자기를 증명하려 했지만 다른 아이들이 훨씬 더 축구를 잘했으며,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가까워지려고 농담을 할 때마다 분위기가 차게 식었다. 아이들을 대신해서 반 대항 축구경기를 연습하게 해 달라고 나섰다가, 담임 선생님이 축구경기 출전 자체가 취소됐다. 같은 반 여자 회장인 주은빈 무리에게 밉보여 키가 작다고 놀림받기까지 한다. 아빠는 남들 신경 쓸 필요 없다는 뻔한 말만 한다. 호빗이라고 놀림받는 중학교 1학년의 귀에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방학이 된다고 뭐가 크게 달라질까. 내가 나라는 건 변함이 없는데. 방학에도 나는 그대로 나일 텐데. 내가 나를 좋아할 수 없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이 있을까. 나는 내가 너무 별로다. (92쪽) 청소년들에게 가장 큰 고민이 뭐냐고 물으면 늘 1위를 차지하는 대답이 바로 ‘관계’다. 청소년은 하루의 대부분을 또래들과 학교에서 보내고, 또래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 자신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관계에 실패할수록 학교에서 나의 존재가 희미해질수록, 자기 자신을 싫어하게 되는 하민이의 모습은 그러한 십 대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구하는 것은 옆자리에서 늘 두꺼운 기차 책만 들여다보고, 사람에는 영 관심 없어 보이던 선우진이 하민이에게 불쑥 고백한다. 하민이가 주은빈 무리에게 괴롭힘을 당하게 된 ‘엉뚱한 오해’는 자기 때문에 생겼다고. 그러나 하민은 선우진을 원망하지 않는다. 잘못한 건 괴롭히는 아이들이지, 선우진이 아니니까. 그 일을 계기로 선우진과 하민이는 점점 가까워지고, 학교에서 유일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가 된다. 그리고 하민이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교실은 점점 견딜 만한 곳이 되어 간다. 거기에 하루아침에 ‘거짓말쟁이’로 몰려 친구들과 멀어진 주은빈이 합류하면서, 절대 친해질 수 없을 것만 같던 세 사람의 이상한 동행이 시작된다. 수행 평가 과제 때문에 일요일마다 공원에서 만나 쓰레기를 주우며, 세 사람은 본의 아니게 서로에 대해 알게 된다. 선우진은 초등학교 때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고, 하민이는 선우진을 진짜 친구로 생각하며, 주은빈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 하민이는 자신이 겪은 일, 선우진과 주은빈이 겪은 일을 곱씹어 보고 자기 자신을 돌아본다. 언젠가 아빠가 들려준 조언도 떠오른다. “너는 네 주인이야. 너만 너의 주인이야.”라던. 그렇다면 시작은 나 자신이어야 하지 않을까? 문득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것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한 사람을 함부로 대하면 다른 사람들도 그 사람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여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오해하고 미워하고 싫어한다. 때론 그 구멍의 시작이 자신일 수도 있다. 내가 나를 막 대하면 다른 사람도 용케 그걸 알고 나를 막 대할지도 모른다. (147-148쪽) “꼭 멀리 갈 필요 없잖아. 우리가 갈 수 있는 만큼만 가면 되지.” 선우진과 도하민, 주은빈의 관계가 한층 깊어지는 계기는 세 사람만의 ‘짧은 여행’이다. 성적 때문에 우울해하는 선우진을 북돋우기 위해, 세 사람은 KTX를 타기로 한다. 서울역까지는 기차로 한 정거장, 17분이 걸렸다. 그나마 학원 시간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기차역 상점에서 핫도그만 하나 산 채 부랴부랴 돌아오는 기차를 탔다. 지하철로도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굳이 기차로 다녀오는, 채 한 시간이 되지 않는 여행. 어른들이라면 시간 낭비라고 했을지 모르지만, 친구를 위해 기꺼이 쓴 한 시간은 세 사람의 마음에 아주 오래 남는다. 그러나 의외의 사건은 또 한 번 일어난다. 다른 아이들에게서 환심을 사기 위해, 주은빈이 두 친구를 험담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선우진과 도하민, 그리고 주은빈의 관계에도 시련이 닥친다. 과연 세 사람은 수행 평가 모둠원을 넘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김혜정 작가가 2023년 발표한 『열세 살의 걷기 클럽』은 ‘마지막 어린이’라 불리는 초등학교 6학년들이 사계절 내내 함께 걸으며 서로의 속도를 알아 가는 풍경을 그렸다. 오만 명이 넘는 독자들을 울고 웃게 한 열세 살들의 따뜻한 우정이 바로 2026년 『이 망할 열네 살』의 시작점이다. 주인공은 다르지만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 두 작품에는 바로 십 대들만이 서로에게 건넬 수 있는 ‘진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열다섯 살에 첫 청소년소설을 책으로 낸 뒤 지금까지 청소년소설을 꾸준히 발표해 온 김혜정 작가는 한국 청소년문학에 유례없고 독보적인 작가다. 등단 이래 쉼없이 청소년에게 말을 건네고, 청소년을 만나 온 김혜정 작가의 청소년소설에서 십 대들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다고 말하면서도, 그저 이 시간이 끝났으면 하는 상황에도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 손을 내밀지 않는지 살피고, 그 손을 맞잡는다. 그것이 그 오랜 시간 동안 김혜정 작가가 청소년들에게 마음을 쏟는 이유일지 모른다. 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열세 살의 걷기 클럽』과 마찬가지로 『이 망할 열네 살』의 세계에도 꾸준히 시간이 흐른다는 점이다. 남의 옷 같은 교복 소매는 곧 손목까지 올라올 것이다. 망했다고 여겨졌던 중학교 1학년도 끝날 것이다. 어차피 2학년은, 또 그다음 해는 새롭게 시작된다. 그러니 “망했다”고 자조하기 전에, “이 망할!” 하고 한번 크게 외치며 그 힘으로 나아가 보자. 그러면 해 볼 만한 내일이 또 찾아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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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커빌가의 개
아서 코난 도일 저/이혜경 역
푸른숲주니어
2006년 12월 08일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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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top20 4주
12,000
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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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독특한 두개골을 가진 명탐정 셜록 홈즈와 그의 친구 왓슨. 그들이 살고 있는 런던의 베이커 가 221번지에 한 손님이 방문하면서 바스커빌가의 개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다양한 소재가 공포스럽고 기이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작품 후반에서 치밀하게 짜여진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면서 통쾌함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 인간이 가진 그릇된 욕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진실을 찾는 일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책 말미에 제대로 읽기를 통해 아서 코난 도일의 생애와 더불어 셜록 홈즈의 인기비결 등 풍성한 읽을 거리를 담아냈다.
기획위원의 말 추천의 말 |제1장| 의사 모티머의 방문 |제2장| 바스커빌가의 전설 |제3장| 발가국이 말하는 것 |제4장| 헨리 경에게 온 편지 |제5장| 잃어버린 구두 |제6장| 바스커빌 저택으로 |제7장| 스태플턴 남매 |제8장| 한밤중의 발자국 소리 |제9장| 미행 |제10장| 황무지의 이방인 |제11장| 로라 라이온스 |제12장| 또 다른 피해자 |제13장| 홈즈, 도착하다 |제14장| 안개 속의 사냥개 |제15장| 수수께끼를 풀다 《바스커빌가의 개》제대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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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킷 2
김선미 저
위즈덤하우스
2025년 06월 04일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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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58위 | 청소년 top20 6주
14,800
13,320
228
9791171714360
117171436X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 수상작 『비스킷』 두 번째 이야기! “저쪽에서 새벽 공기 냄새가 나.” 또 다른 감각으로 비스킷을 구하려는 간절한 노력! 비스킷에 대한 진정한 이해보다는 호기심이 더 큰 세상. 약한 존재가 비스킷이 되는 것이 무슨 큰일이냐는 의견도 나온다. 다시 학교에 나가기 시작한 제성은 교묘한 괴롭힘에 시달리고, 유독 눈길이 가는 비스킷 1단계 아이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처음 보는 방식으로 3단계가 되어 버린 비스킷을 구할 방법은 무엇일까?
프롤로그 1. 시끌시끌한 소리 2. 소곤거리는 소리 3. 두근거리는 소리 4. 찰방거리는 소리 5. 토닥거리는 소리 6. 드렁거리는 소리 7. 투덜거리는 소리 8. 딩동거리는 소리 9. 싹둑거리는 소리 10. 뚜벅거리는 소리 에필로그
직접 본 게 아니면 믿지 않겠다는 이들은 무슨 말을 해도 트집만 잡는다. 비스킷의 존재를 밝히려고 그동안 숨겨 왔던 내 병을 방송에서 까발리기까지 했건만. 모든 것을 건 용기도 그걸 거부하는 사람에게는 결코 닿지 않는다. --- p.18 지안이가 또다시 비스킷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알까? 비스킷을 이미 한 번 극복한 대단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걸. 다친 마음을 보듬고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운 힘든 일을 해냈다는 걸. 지안이는 비스킷이었던 경험을 극복하며 내면이 더욱 단단해졌다. --- p.65 인설이가 독서 리뷰 모임에서 소소한 대화를 불편해하지 않고 나눴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급식이 맛있었어. 이 책은 진짜 재밌어. 내가 좋아하는 장르 책도 추천해 줄게. 다음 모임 끝나고 튀김 먹으러 가자. 이런 소소한 말들을 용기 내지 않고도 숨 쉬듯 말할 수 있는 아이가 되면 좋겠다. --- p.82~83 “살다 보면 말이지. 마음이 무너지는 때가 있어. 뭘 해도 안 되고, 아무도 내 편이 아닌 것 같고, 숨 쉬는 것조차 힘들 때가. 그럴 때 모두에게 미움받는 것같이 느껴지면 한순간 자신을 놔 버리기도 한단다. 그래서 비스킷이 됐던 거야. 제성이 너도 잘 알 듯 누구나 그럴 수 있잖니. 어쩌면 비스킷을 도우려는 너조차도 마음이 부서질 때가 있겠지.” --- p.143 우리는 지금껏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용기가 사라진 사람이 오랜 시간 자신에게서 도망쳐야 비스킷 3단계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동이는 아주 짧은 시간 만에 마음이 부스러지며 3단계가 되었다. 기척도 완전히 사라졌다. 마치 세상에서 소멸한 것처럼. --- p.190 “비스킷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질까 봐 걱정되는 사람만 눈 뜨고 비스킷을 찾아 줘. 눈으로 찾든, 새벽 공기 냄새가 나는 그 아이의 체취를 살피든, 이름을 불러서 세상으로 데려오든. 뭐든 노력할 사람만 이제 눈 뜨고 너희가 진짜 사람이라는 걸 보여 줬으면 해.” --- p.200
2024 경남독서한마당 선정도서 2024 신구문화상 올해의 책 2024 문학나눔 추천도서 2024 국제앰네스티 추천 인권도서 2024 한국학교사서협회 추천도서 2024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2024 아침독서 추천도서 2024 책갈피 추천 인성도서 2023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추천도서 국내는 물론 해외 독자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비스킷』 두 번째 이야기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 수상작인 『비스킷』은 청소년 독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선정되었다. 자신을 지키는 힘을 잃어 보이지 않게 된 존재를 ‘비스킷’이라 부르며, 청각이 예민한 제성과 제성의 오랜 친구들이 비스킷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작품은 참신한 설정과 놀라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청소년의 고민과 사회 문제까지 담아냈다. 많은 독자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한 『비스킷』은 꾸준히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전국 도서관 사서 500명이 선정한 제2회 신구문화상 올해의 책으로도 선정되며 작품성과 가치를 인정받았다. 또한 국내를 넘어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튀르키예, 러시아, 중국, 일본, 대만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비스킷』은 청소년 소설 분야에 또렷한 발자취를 남기며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김선미 작가는 전국을 누비며 강연을 통해 독자들을 직접 만났다. 그리고 후속작에 대한 궁금증과 더불어 등장인물들의 성장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하는 수많은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그렇게 독자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전폭적인 지지로 탄생한 『비스킷2』에서는 달라진 제성과 친구들의 일상, 비스킷의 진위 여부를 놓고 벌어지는 치열한 공방 그리고 스스로 사라지려 마음먹은 비스킷 3단계를 구하려는 아이들의 치열한 노력이 펼쳐진다. 비스킷을 향한 지독한 악의에 맞서기 위해서 복수가 아닌 연대를 선택하는 제성의 성장 또한 함께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누가 먼저 비스킷이 되나 내기할래?” 부서진 마음을 지키려는 아이들의 멈추지 않는 도전 1권에서 복수를 통해 비스킷을 구하고 스스로 존재감을 확인했던 주인공 제성은 『비스킷2』에서 다시 학교에 나가며 뜻하지 않은 일들을 겪는다. 비스킷을 구하는 장면이 찍힌 영상이 퍼지면서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 것이다. 특히 비스킷에 대한 진정한 이해보다 얄팍한 호기심과 잔인한 관심이 더 큰 아이들 때문에 제성은 비스킷을 상대로 한 내기까지 하게 된다. 게다가 난생처음 따돌림까지 당하게 된 제성은 학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비스킷 1단계 아이들 가운데 유독 눈길이 가는 한 아이를 발견한다. 동시에 1권에서는 볼 수 없었지만 우리 사회에 분명히 존재하는 다양한 비스킷들을 맞닥뜨리고, 효진과 덕환은 물론 지안까지 힘을 모아 그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나간다. 『비스킷2』에서는 자신에 대한 타인의 평가에 온통 관심이 쏠려 정작 스스로에게 귀 기울이지 못하는 인설, 이주 배경 가정에서 태어나 차별과 외면에 깊게 상처받은 근원, 즐겁게 몰두하며 좋아하던 것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원치 않는 피해를 주고 괴로워하는 선동 등 새로운 비스킷들이 등장한다. 한 번쯤은 목격하거나 경험했을 교묘한 따돌림은 물론, 사회적으로 큰 이슈인 딥페이크 영상을 이용한 학교 폭력 등 현실적이고도 시의성 있는 소재를 다룬다. 비스킷을 향한 편견과 지독한 악의 속에서, 비스킷을 찾아내고 반드시 구하려는 아이들의 노력이 펼쳐지는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가 독자들에게 커다란 재미는 물론 더욱 깊은 공감과 울림을 전할 것이다. “저쪽에서 새벽 공기 냄새가 나.” 또 다른 감각, 뭉클한 성장 그리고 우리의 사랑 비스킷 팀으로 함께하는 주인공 제성과 덕환과 효진은 물론, 차가워 보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품고 있는 지안, 사고만 치는 창성, 제성을 벼르고 있는 보노보 등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 또한 『비스킷』의 인기 요인 중 하나이다. 2권에서는 새로운 등장인물들과 더불어 기존 인물들이 색다른 모습을 보여 주며 독자들의 시선을 이끈다. 소리 강박증, 청각 과민증, 소리 공포증을 앓으며 괴로워하던 주인공 제성은 『비스킷2』에서도 여전히 병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괴로움을 덜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또 하나, 늘 자신의 곁을 지키는 친구들과 소중한 지안이 있기에 이제는 주변을 둘러싼 소리들이 마냥 괴롭지만은 않다. 오히려 제성은 이러한 작은 변화 덕분에 소리에서 감정을 읽어 내는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1권에서 아기 냄새를 맡으며 3단계 비스킷을 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효진은 자신의 능력을 확실히 증명하기 위해 특훈에 들어간다. 『비스킷2』의 표지를 장식한 인물인 만큼, 위기의 순간 어떤 능력을 발휘할지 기대를 모은다. 비스킷을 찾아내고 돕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노력하며 성장하는 인물들에게 몽글몽글한 사랑도 찾아온다. 뜻밖의 인물이 효진에게 반하고, 제성은 지안에게 고백하기 위해 기회를 엿본다. 누군가는 사랑을 외면하고, 누군가는 그 때문에 좌절하면서 저마다의 시간이 쌓이고 마음은 두터워진다. 부서진 마음을 보듬고 함께 일어서려는 아이들과 같이 걸으며, 어쩌면 오늘 흐릿해졌을지도 모를 독자들 또한 용기와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손을 잡을 때, 우리는 분명 반짝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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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 우리의 비밀 과외
이민항 저
다른
2026년 03월 23일
10.0
43
Y
청소년 31위 | 청소년 top100 1주
15,000
13,500
164
9791156337690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별을 사랑한 시인과 이름을 지키고 싶은 소녀 1941년 경성, 두 사람의 비밀스러운 시 수업이 시작된다 일본의 민족말살정책이 극심해진 1941년 경성, 시를 짓는 조선인 소녀 을순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인쇄소에 시집을 인쇄하러 온 무명 시인 동주를 우연히 마주친다. 아버지의 권유로 동주에게 일본어 과외를 받게 된 을순은 일본어 대신 시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다. 한편 학교에서는 입상하면 일본으로 유학을 보내 준다는 동백제 백일장이 열리고, 을순은 선생님의 눈에 들어 백일장에 참여하게 된다. 을순의 경쟁 상대는 스스로 ‘황국신민’임을 자처하는 반장 조소명. 두 사람의 경쟁 구도가 깊어지는 가운데, 변소에서 일본 천황을 욕하는 낙서가 발견되며 학교에선 조선인에 대한 압박이 거세진다. 그 과정에서 을순은 현실에 굴복하는 자신의 모습에 무력감과 부끄러움을 느낀다. 일본이 태평양 전쟁에 참전하며 학교 안팎의 공기는 점점 더 거칠어져 간다. 을순은 이름을 지키고 싶은 마음과 일본어로 시를 써야 하는 현실 속에서 갈등하고, 동주는 일본 유학을 가기 위해 창씨개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 놓인 두 사람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하늘, 순 말이 금지된 시간 시의 형태 일상의 포착 말과 이름과 시 시에 마음을 숨기기 복습 시를 읽는 밤 말이 무르익는 시간 작가의 말
차가운 가을비 사이로 입김이 뭉게뭉게 나부꼈다. 숨 쉴 때마다 엄마가 지어 준 이름이 내게서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골목 안 다다미 집들 너머로 흩어지는 입김이 뒷산에서 보던 새털구름 같다고 생각할 무렵, 누군가 눈앞에 우산을 불쑥 내밀었다. 남자의 손이지만 가냘프고 흰 손. 거무튀튀한 내 손보다 예쁜 손. --- p.11 “혹시, 이걸 인쇄할 수 있을지 해서요.” 청년은 낡은 가방에서 원고지 뭉치를 꺼내어 조심스레 아버지에게 건네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자개장에서 돋보기안경을 찾아 코에 걸치고는 손가락에 침을 묻혀 가며 원고를 훑어보았다. 두께가 꽤 되어서 다 읽지는 않았지만 아버지는 청년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챘다. “시집을 내려고?” --- p.16 “다음 달에 열리는 교내 백일장에서 입상하면 동백제 문학의 밤 행사에서 작품을 여러 사람 앞에서 낭송할 수 있다. 학교에서 초대하는 외부 인사 중에는 상급 학교의 교수들도 있지. 전문학교쯤은 특채로 어렵지 않게 진학할 수 있고, 잘하면 내지로 유학을 갈 수 있을지도 몰라. 계집애라고 천대받는 조선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 네게 벌어지는 거다. 어떠냐? 구미가 당기지?” --- p.36 순간 선생님이 말한 시의 운율이란 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이해되었다. 내가 언짢은 기억에 잠시 빠져 있는 사이 선생님은 마루를 내려와 댓돌 위에 가지런히 놓인 구두를 신었다. “지금부터 시를 써 볼까 하는데, 같이 갈래요?” _ --- p.44 “멀리서 전쟁이 났다고 하네요.” 선생님이 쓸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엊그제 아버지의 인쇄소에서 찍은 신문을 보았다고 한다. 일본도 그 전쟁에 뛰어들었고 곧 조선의 청년들도 전쟁터로 끌려가 무의미한 죽음을 맞을 거란다. 고작 변소 청소에 툴툴거리던 내게 선생님이 말해 주는 세상은 현실을 부정하고 싶을 정도로 두려운 곳이었다. --- p.100 선생님의 하숙집을 나오자, 하늘에서 깃털처럼 눈이 내렸다. 금세 골목골목에 새하얀 눈이 쌓였다. 나는 길을 잃은 사람처럼 골목을 서성이다 목적지를 정했다. 학교로 가기로 했다. 서울을 떠나기 전에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 그 사람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도망칠 생각이다. 아무리 멀리 가도 소용없을지 모르지만 어떻게든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도망칠 것이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도망치는 것은 비겁하거나 창피한 일이 아니니까. --- p.151
윤동주가 나의 시 선생님이 된다면? 『1941, 우리의 비밀 과외』는 우연히 윤동주에게 시를 배우게 된 소녀 을순의 이야기다. 이 작품은 위대한 시인의 삶을 재현하기보다, 그의 시에 깃든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을순이라는 소녀의 성장 서사 속에 녹여 낸다. 을순은 동주에게 시를 배우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법을 익히고, 시대의 압박 속에 흔들리는 스스로를 마주한다. 그 과정에서 ‘부끄러움’은 숨겨야 할 감정이 아니라, 스스로를 속이지 않기 위해 끝까지 붙들어야 할 마음임을 깨닫는다. 〈눈 오는 지도〉, 〈소년〉, 〈사랑의 전당〉 등 ‘순이’는 실제 윤동주의 시에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한데, 역사적으로 순이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밝혀진 바는 없다. 작가는 역사의 빈 페이지를 상상으로 채워 시 속에 머물러 있던 이름을 살아 있는 인물로 되살려 냈다. 그 결과 을순은 단순히 소설 속 허구의 인물을 넘어, 그 시대를 살아가며 말과 이름을 지키려 했던 수많은 청소년의 얼굴을 함께 품는다. 작품 속에는 윤동주의 대표작 9편이 함께 실려 있는데, 소설 속의 상황에 밀접하게 연결된 시를 읽으며 독자는 교과서에서 접했던 작품을 다른 시선에서 더욱 깊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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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틈새
이금이 저
사계절
2026년 03월 12일
9.8
31
Y
청소년 57위 | 청소년 top100 3주
17,500
15,750
456
9791169814287
116981428X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한국인 최초 2024년에 이어 2026년 연속 노미네이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글 부문 최종 후보 선정 이금이 작가의 『슬픔의 틈새』 청소년판 출간 광복 80주년을 맞아 작년 출간되었던 『슬픔의 틈새』가 청소년 독자들을 위해 사계절1318문고 152번째 책으로 새롭게 찾아왔다. ‘내 작품의 뿌리는 아동·청소년’이라고 할 만큼 이금이 작가는 늘 청소년에 대한 애정과 무한한 지지를 바탕으로 작품 활동을 해 왔다. 이 책 역시 작가가 청소년들에게 널리 읽히기를 바란 만큼 청소년판 출간이 의미를 가진다. 출간 당시 온라인서점 3사 추천 도서, 제66회 한국출판문화상 올해의 청소년 책 선정에 이어 시민도서선정단이 뽑은 양주시 올해의 책, 평택시 올해의 책, 전라남도 올해의 책 등에 소개되었다. 한국 아동·청소년문학의 의미와 위상을 세계적 반열로 넓혀 나가는 이금이 작가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신간인 『슬픔의 틈새』는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징용된 사할린 한인 1세대의 이야기를 다룬다. 1940년 일본의 말에 속아 잠시간 일자리를 찾아 떠난 사할린행이 다시는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금단의 길이 될 줄 몰랐던 사람들이 있다. 『슬픔의 틈새』는 일본에서 소련으로 지배 국가가 바뀌어 온 사할린에서 조선인으로 살아가려 애쓴 주단옥 일가의 일대기를 그린다. 탄광 노동자로 일하는 아버지를 만나러 사할린에 온 열세 살 단옥은 그때부터 80여 년의 세월 동안 갖은 차별 속에서도 조국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무국적자로 살아간다. 작가는 평범하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 오히려 깊은 울림을 발견한다. 긴 시간 취재를 바탕으로 실제 사할린 한인 1세대의 삶을 담아낸 이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국가의 역할과 존재 이유란 무엇인지 뼈아픈 질문을 던진다. 더불어 역사가 만들어 낸 슬픔의 틈새 속에서도 인간다움과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간 인물들의 모습은 청소년들에게 평범한 삶의 의미와 나 자신을 긍정해 나갈 힘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 안에 있음을 보여 준다.
1부 세 개의 바다를 건너 1943년 흰 밤, 검은 낮 1943년 따뜻한 겨울 1943년 서늘한 여름 1944년 남겨진 사람들 1944년 뜨거운 여름 1945년 행렬 1945년 우글레고르스크 1946년 2부 귀환선 1946~1949년 다시, 시작 1949년 혼담 1950년 결혼 1951년 무국적자 1957년 3부 선택 1958년 갈림길 1 1960년 갈림길 2 1961년 얼어붙은 땅 1963년 마지막 잔치 1964년 슬픔의 틈새 1966년 4부 단옥, 타마코, 올가 1988년 무너지는 둑 1992년 뿌리 1 1995년 뿌리 2 1996년 1945년 8월 15일 1999년 심장의 반쪽 2000년 유언 2025년 작가의 말 참고 자료
단옥 눈에는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가 달린 듯한 섬의 모양새가 더 먼 곳으로 헤엄치려는 물고기 같았다. 그 물고기 모양의 섬은 남북으로 나뉘어 남쪽에만 붉은색이 칠해져 있었다. 그곳이 화태였다. 화태는 아버지가 계신 곳, 밥 세끼를 다 먹을 수 있는 곳, 마음껏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가면 그 커다랗고 신비한 물고기가 자신을 등에 태워 더 넓고 멋진 세상으로 데려다줄 것만 같았다. --- p.17 사할린은 원래 러시아 땅이었다. 1905년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이긴 일본은 사할린의 남쪽을 넘겨받아 통치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선주민인 아이누족이 부르던 이름에서 따와 남사할린을 가라후토라고 명명했고, 조선 사람들은 한자의 음대로 화태라고 불렀다. 자작나무가 많은 섬이라는 뜻이었다. --- p.20 모든 게 아직 낯설기만 한 단옥은, 엄마가 조선 남자와 재혼해 사택촌에서도 학교에서도 외톨이였던 유키에와 대번에 친해졌다. 둘은 등하굣길과 학교에서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다. 단옥네 교실에는 치카파라는 아이누족 아이가 한 명 있었다. 아이누족은 러시아와 일본이 사할린을 차지하기 전부터 여기서 살아온 선주민이었다. 그런데도 치카파는 자기네 터전을 빼앗은 일본 애들에게 무시와 놀림을 당했다. 반에서 유일한 조선인이었던 단옥은 유키에가 없었으면, 자신도 치카파와 같은 처지가 됐을 거란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리곤 했다. --- p.37 소련군은 항구에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살던 곳으로 돌아가라고 지시했다. 사람들은 거칠게 항의하다 잡혀가거나 총에 맞아 죽기도 했다. 일본 사람들은 명령대로 돌아갔지만 대다수 조선인들은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항구 근처에서 지내며 귀국선이 오기만을 기다리다 지쳐 실성하거나 자살하는 사람도 생겼다. --- p.125 한국을 떠날 때 그는 고작 22개월이었다. 자기 삶에 대한 결정권이 전혀 없었던 아기는 엄마의 덧저고리 속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도 영복은 그날, 새벽하늘에서 얼음 조각처럼 차갑게 빛나던 눈썹달을 실제로 본 것만 같았다. 자신을 업은 어머니와 형, 누나의 모습이 환히 떠올랐고, 짐을 들어 주러 따라왔던 할아버지의 발자국 소리까지 들리는 듯했다. 어머니의 되풀이되는 기억을 전수받으며 자란 때문이었다. 영복은 그렇게 고향에 대한 엄마의 아픔과 그리움을 자기 것인 양 심장에 아로새긴 채 살았다. --- p.239 사할린 상공에서 본 풍경은 온통 하얬는데 서울은 눈이 보이지 않았다. 12월 하순에 눈이 없다니. 단옥은 그것도 신기했지만 더 믿어지지 않는 게 있었다. “열흘 넘게 걸렸던 길을 세 시간도 안 걸려서 왔구나.” 단옥은 기차와 배를 번갈아 타며 일본을 거쳐 사할린으로 가던 길이 지금도 눈에 선했다. 유키에가 허탈해하는 단옥에게 웃으며 말했다. “세 시간도 안 걸린 게 아니라 50년이나 걸린 거 아니야?” --- p.387
이금이 작가의 ‘일제강점기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마지막 권 청소년판 출간! “청소년문학은 어려움 가운데서도 궁극적으로 희망을 이야기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여 주는 것이다.” 1984년 새벗문학상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금이 작가는 올해로 42년째 작가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그동안 동시대 어린이, 청소년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는 작품들을 발표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역사가 기억하지 않는 이들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며, 직접 취재해 문학으로 조명하는 일을 이어 온 작가에게 ‘일제강점기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은 필연과도 같은 작업이었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사계절출판사, 2016)를 시작으로 『알로하, 나의 엄마들』(창비, 2020)에 이어 『슬픔의 틈새』를 마지막으로 완결된 이 3부작은 ‘낯선 타국으로 밀려난 여성들의 삶을 통해 기억과 역사, 정체성의 문제를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안데르센 상 후보 선정 과정에서 중요한 참고 작업으로 거론되어 왔다. 2018년 IBBY 아너리스트 선정 이후, 작가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글 부문에 두 번 연속 최종 후보에 오르며, 국제무대에 한국 아동·청소년문학의 존재감을 알리는 데 앞장서 오고 있다. 그 3부작의 완결인 『슬픔의 틈새』는 강제징용으로 탄광 노동자가 된 아버지를 찾아 사할린으로 떠난 열세 살 주단옥의 일생을 담는다. 지배 국가가 여러 번 바뀌어 온 사할린은 그 자체로 디아스포라적 역사성을 지닌다. 흩어진 사람들, 경계인을 의미하는 디아스포라는 어른과 아이 사이 어딘가에 걸쳐 있는 우리 사회 속 청소년을 떠올리게 한다. “공부를 이유로 많은 것을 유예당하는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으며 인간과 삶에 대한 믿음을 느끼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을 담아 사계절1318문고로 『슬픔의 틈새』가 새롭게 독자들을 찾아왔다. “1945년 8월 15일은 조국이 해방을 맞은 날이지만, 사할린 한인들에게는 고향과 가족을 잃은 날이었다.” 작품은 1943년 3월, 단옥네가 고향 다래울을 떠나 남사할린(화태)으로 가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일본이 조선에 시행한 ‘국가총동원법’의 일환인 줄 모르고,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화태 탄광으로 떠난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찾아 먼 길을 떠난 가족들 그리고 고향에 남은 또 다른 식구들까지. 그 누구도 돌아오기 위해 떠난 이날의 여정이 영원한 헤어짐이 될 줄은 몰랐다. 간신히 도착한 화태에서 아버지와 재회한 것도 잠시, 1944년 본토로의 ‘전환배치’라는 명령 하에 일본은 노무자들을 이중징용하면서 또다시 가족들과 갈라놓는다. 속수무책으로 가족들이 헤어질 수밖에 없던 건 비단 소설 속 단옥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1930년대 후반, 일제강점기 당시 사할린 한인 1세대들이 겪은 실제 역사다. 한인들이 강제징용으로 떠나온 남사할린은 원래 러시아 땅이었다. 1905년 러일전쟁에서 이긴 일본은 사할린 남쪽의 통치권을 넘겨받아 40년간 지배했다. 당시 일본은 선주민이 부르던 이름에서 따와 남사할린을 가라후토라 명명했고, 조선인들은 한자 음대로 화태라 불렀다. 하지만 1945년 소련-일본 전쟁으로 남사할린은 다시 소련의 통치를 받았다. 몇 번이나 지배 체제가 바뀌는 동안 사할린의 한인들은 일본인도, 소련인도 당연히 조선인도 아니었다. 1945년 8월 15일, 조국이 일본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사할린 한인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항구에서 귀국선을 기다리던 조선인들을 찾아온 건 살던 곳으로 돌아가라는 소련군의 명령 그리고 일본의 스파이라는 누명과 핍박뿐이었다. 고향으로 돌아갈 때 문제가 될까 싶어 무국적자로 살아온 한인들에게 8월 15일은 또다시 조국에게 배신당한 날이 되었다. 그 뼈아픈 시간 속에서 한인들은 갈 수 없는 조국과 그곳의 가족들을 가슴에 묻고, 사할린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웃하고 연대하며 살아가기 시작한다. 거스를 수 없는 역사 앞에서도 매일 먹여야 하는 식구들의 끼니와 자라나는 자식들의 뒷바라지라는 현실은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오기에, 1세대 한인들은 슬픔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 역사와 사회가 만들어 낸 차별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누구보다 치열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보통의 사람들이 전하는 울림 앞 세대가 그래 왔듯이 다음 세대의 여성들 역시 조국으로부터 받은 배신과 비관을 안고, 또다시 기약되지 않은 미래로 삶을 이어 간다. 소설은 그 길에 선 덕춘과 딸 단옥, 일본인 치요와 딸 유키에를 주요 인물로, 그들의 일대기를 1940년에서 2025년까지의 시간으로 펼쳐 보인다. 타국에서 부모 세대가 오직 살아남는 일에 매진해야 했다면, 자식 세대는 그 덕분에 조금이라도 생존 외에 자신의 삶을 살펴보며 살아간다. 사할린에서 살기 시작한 초반에 덕춘은 딸을 보면서 여정 중에 사라진 장남을 떠올린다. 딸이 학교에 다니고, 밥을 먹는 일조차 마땅히 아들이 누려야 할 일이라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렵다. 덕춘은 사할린에서 아이를 낳을 때도, 곁에 있는 남편과 조선에 있는 시부모에게 사라진 장남을 대신할 아들을 안겨 줄 수 있기를 바랐다. 나이가 찬 딸을 시집보내지 않고, 공부를 시키면 주변에서 흉을 보는 시대였다. 그런 시대를 산 덕춘에게 공부를 재밌어하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꿈을 꾸고, 결혼해서도 직장에 다니는 딸은 낯선 존재였다. 하지만 조선인으로 타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성별에 관계없이 언어를 할 줄 알고, 스스로를 책임질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덕춘은 그 누구보다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단옥은 엄마가 먼저 사할린에서 조선학교에 다니라고 권하자 놀란다. 입덧하는 엄마를 타박하는 할머니에게 대들었다가 도리어 엄마에게 혼나고, 집안의 일들이 오빠 위주로 돌아갔던 생활에 익숙했던 단옥에게 덕춘의 제안은 큰 변화였다. 그 외에도 조선인, 한국인, 소련인, 고려인이 얽혀 사는 사할린에서는 누구도 차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 땅에서 단옥과 유키에는 서로에게 조선인과 일본인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사할린에서 산 세월이 각자 조선과 일본에서 지낸 시간을 넘어서고, 그들에게 사할린은 떠나야 하는 타국이 아닌 발 딛고 살아가는 현재의 터전이 된다. 그곳에서 그들은 함께 유년 시절을 보내고, 부모나 형제에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을 털어놓고, 결혼을 해 아이를 키우면서 울고 웃는 삶의 순간을 나눈다. 민족과 국적을 떠나 새로운 공동체로 살아간 두 가족은 사회적 소수자로서 함께 아끼고 보듬으며 나아가는 길이 얼마나 단단하고 경이로운지를 보여 준다. 약 80여 년 전, 한국에서 1,700km가 떨어진 사할린에서 살아간 단옥네 이야기는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오늘날 우리의 삶과도 맞닿는 지점들이 많다. 작가는 작품에 주로 평범하고 불완전한 인물들을 내세운다. 『슬픔의 틈새』 속 인물들에 대해 작가는 “평범하지만 치열하고 성실하게 산 여성들, 그 힘든 삶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았던 여성들의 삶이 저에게는 근대 지식인, 활동가 여성의 삶과 같은 울림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일본, 소련, 조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역사의 틈바구니에서 평생을 살아오면서도 어떻게든 그 틈새 속 행복의 조각을 찾아낸 인물들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의 삶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소설은 사회가 구분 지어 놓은 수많은 일상 속 경계에서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그렇기에 함께 나아가자고, 흔들릴지언정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문학의 의미 “우리가 함께 연루된 이야기로써의 역사”라는 공동의 책임 의식 소설에서 인물들은 그저 역사 속에 놓인 개인이 아닌, 당당하게 자기 삶을 살아 낸 존재로 오롯이 서 있다. 작품은 두 가족의 일대기를 다루며 스무 명이 넘는 인물들의 삶을 보여 준다. 그들이 사할린으로 오게 된 이유는 비슷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어린 시절 사할린으로 온 단옥은 조국에서의 기억을 안고 있지만, 자식과 손주들이 있는 사할린을 떠나고 싶지 않아 한다. 반면 사할린에서 태어난 동생 광복은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한국에서 살고 싶어 한다. 유키에는 일본으로 돌아갈 몇 번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자신이 뿌리내린 곳에서 살길 원하며 사할린에 남았다. 이처럼 『슬픔의 틈새』 속 인물들은 삶에 대한 자기만의 고민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저마다 생명력 있는 모습으로 독자에게 전해진다. 작가는 혹여라도 인물들을 쉽게 판단해 버릴까 매 순간 경계하며, 직접 사할린으로 가 한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작품의 배경이 된 지역을 발로 찾아다녔다. 그 결과 “이금이 작가는 이번에도 그 입구를 찾아냈다”는 강화길 소설가의 말처럼 작가는 또다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길을 냈다. 문학으로 과거를 경험하는 일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닌 타인과 연결된 장소라는 감각을 상기시킨다. 그 감각은 어떤 과거로부터도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책임을 지운다. 이 공동의 책임 의식은 조형근 사회학자의 말처럼 “흥미로운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함께 연루된 이야기로써의 역사”로 사할린 한인들의 이야기를 대하게 한다. 우리는 그렇게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빚으로도, 빛으로도 연결되어 있다. 『슬픔의 틈새』는 국가와 사회가 외면해 온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을 조명하는 동시에,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문학의 의미를 진정성 있게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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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
김민서 저
창비
2026년 03월 06일
9.6
49
Y
청소년 76위 | 청소년 top20 1주
15,000
13,500
216
9788936457457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MD 한마디 『율의 시선』 김민서 작가의 강렬한 성장소설 ‘호구(虎口)’란 바둑에서 세 돌에 둘러싸여 위태로운 상황을 말한다. '호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칠고 위험한 존재가 되기로 결심한 소년의 성장담이 펼쳐진다. 나다운 삶과 행복을 위한 최선의 수를 찾아 헤매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 2026.03.17. 청소년PD 배승연 호구보단 개자식이 오래 남는다.” 창비청소년문학상 『율의 시선』 김민서의 강렬한 신작 『율의 시선』으로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김민서의 신작 장편소설 『호구』(창비청소년문학 145)가 출간되었다. 『율의 시선』에서 자신만의 닫힌 세계에 타인을 받아들이며 생겨나는 균열을 섬세한 시선으로 담았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세상과 부딪치며 위태롭게 흔들리는 소년의 성장을 강렬하게 선보인다. 착하게만 살아왔던 주인공 ‘윤수’가 강하고 나쁜 아이가 되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자신의 욕망을 치열하게 들여다보고 삶과 행복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뜨겁게 담겼다. ‘호구(虎口)’란 본래 ‘호랑이의 입’이라는 뜻으로 바둑에서 세 돌에 둘러싸여 위태로운 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호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벼려 낸 소년의 고민과 깨달음이 바둑 대국에 비유되며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진짜 ‘나’ 그리고 진정한 행복에 도달하기 위해 최선의 수를 찾아 헤매는 모든 이들을 위한 소설이다.
제1국 호구 제2국 축 제3국 사활 제4국 불계패 제5국 신의 한 수 에필로그 작가의 말
검은 돌 석 점이 세모나게 펼쳐진 모양을 호랑이가 입을 벌린 모양과 비슷하다고 하여 호구라 부른다고 했다. 호구에 들어간 돌은 살아날 방법이 없었다. 그날의 화장실이 검은 돌 석 점과 똑 닮았다. 나는 어리석게도 스스로 호랑이 입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그 말을 들었다. 호구. 그건 같은 반 아이들이 뒤에서 나를 부르는 말이었다. --- p.14 큰 것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점점 움츠러든다. 견뎌 내야 하는데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내게 나를 견뎌 낼 힘이 조금 더 있었으면. 혹은 내가 견딜 수 있을 만큼, 딱 그만큼만 삶이 내게 밀려왔으면. --- p.66 발밑은 절벽이다. 나는 지금 존재의 끝에 서 있다. --- p.130 하지만 나는 잊히지 않는 기억이 되고 싶었다. 누군가의 가슴에 깊이 꽂혀서 영영 지워지지 않은 채 남고 싶었다. 그러니 이 욕망은 불가항력이었다. 호구보다는 개새끼가 오래 남잖아. --- p.134 나는 나를 잘 모른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하다.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았어. 숨 막히게 최선을 다했어. 이 고통을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그러니 타인은 나를 증명할 수 없어. 신조차도 나를 증명할 수 없어.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어. 이게 나의 프라이드야. --- p.187 이로써 나는 힘과 돈, 욕망, 그리고 행복, 그 모두에게, 불계패를 선언한다. --- p.188 “우리는 돌아올 수 없는 순간을 살고 있어. 남을 위한 순간을 살지 마.” 주온이 입술을 짓이긴다. “너를 위한 순간을 살아.” --- p.206 행복할 때보단 불행할 때가 더 많아. 하지만 할아버지, 나는 지금 인생을 살고 있어. --- p.208 나는 호구다. 개자식이기도 하다. 겁쟁이에 위선자, 전부 나를 일컫는 말이다. (…) 그런 주제에 욕심은 더럽게 많다. 작은 것 하나에도 목숨을 건다. 쉽게 사는 법 따위는 모른다. 그렇게 살았는데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 아무것도 되지 못했기에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나는 이제 내가 될 것이다. --- p.210
호구보단 개자식이 오래 남는다.” 창비청소년문학상 『율의 시선』 김민서의 강렬한 신작 『율의 시선』으로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김민서의 신작 장편소설 『호구』(창비청소년문학 145)가 출간되었다. 『율의 시선』에서 자신만의 닫힌 세계에 타인을 받아들이며 생겨나는 균열을 섬세한 시선으로 담았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세상과 부딪치며 위태롭게 흔들리는 소년의 성장을 강렬하게 선보인다. 착하게만 살아왔던 주인공 ‘윤수’가 강하고 나쁜 아이가 되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자신의 욕망을 치열하게 들여다보고 삶과 행복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뜨겁게 담겼다. ‘호구(虎口)’란 본래 ‘호랑이의 입’이라는 뜻으로 바둑에서 세 돌에 둘러싸여 위태로운 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호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벼려 낸 소년의 고민과 깨달음이 바둑 대국에 비유되며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진짜 ‘나’ 그리고 진정한 행복에 도달하기 위해 최선의 수를 찾아 헤매는 모든 이들을 위한 소설이다. 잊히지 않는 기억이 되고 싶었다 그리하여 나는 검어지기로 했다 밖에서 보기엔 우수한 성적에 성실하고 친절한 학생인 윤수에겐 또 다른 꼬리표가 있다. 묵묵히 맡은 일을 하며 고운 말로 친구들을 배려하는 윤수를 반 아이들은 ‘호구’라고 부른다. 사소한 부탁도 거절하지 못하는 윤수를 아이들은 만만하게 여기며 은근히 무시한다. 그럴 때면 윤수는 자신의 자리를 확인하기 위해 더욱 공부에 열을 올리거나, 반에서 ‘쫄’로 불리며 아이들에게 괴롭힘당하는 ‘주온’과 자신을 비교하며 위안을 얻곤 한다. 하지만 점점 쫄과 엮여 함께 무시당하고, 삼선 국회의원의 아들로 반에서 잘나가는 ‘권이철’에게 찍히고 만다. 착한 척한다는 이유로 ‘위선자’라는 소문이 돌고, 유난히 키가 작은 할아버지로 인해 ‘난쟁이’라는 딱지까지 얹힌 윤수는 더 이상 당하고 살지 않고 권이철처럼 ‘압도적인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다. 목소리가 크고, 욕을 잘하고, 무엇이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고야 마는 권이철. 권이철을 관찰하고 그 특징을 따라 하기로 한 윤수는 운동을 시작하고 어설프게 욕을 내뱉어 본다. 거절하는 연습을 하고 거친 행동을 하고, 더욱 치열하게 자신을 바꾸고자 한 윤수는 권이철처럼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며 다짐한다. “아주 크고, 무겁고, 더러운 사람”이 되기로.(110면) 잊히지 않는 기억이 되고 싶었다. 누군가의 가슴에 깊이 꽂혀서 영영 지워지지 않은 채 남고 싶었다. 그러니 이 욕망은 불가항력이었다. 호구보다는 개새끼가 오래 남잖아. 134면 발밑은 절벽이다. 나는 지금 존재의 끝에 서 있다 힘겹게 분투하여 마침내 도달해 낸 소년의 기록 한편 권이철과 아이들에게 괴롭힘당하던 쫄은 윤수가 자신에게 잘해 준다고 느끼고 자신의 비밀을 고백한다. 복수하기 위해 반 아이들의 물건을 훔쳤고, 얼마 전 반을 들썩이게 한 권이철의 명품 시계 도난 사건의 범인도 자신이라는 것. 윤수는 복수하고 싶다는 쫄의 욕망과 크고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자신의 욕망을 견주며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 곱씹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모든 존재는 고유한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그 목적을 향해 움직인다. 인간의 행위도 목적을 가지는데, 그 최종적인 목적은 행복이다. 하지만 행복은 얄궂다. 남과 비교하지 않으면 내가 행복한지 알 수 없으니. 30면 상대적으로 가진 게 부족하다고 느끼는 윤수는 쫄과 권이철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의 위치와 행복을 가늠한다. 쫄보다는 낫다며 위안하고 권이철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불행해한다. 하지만 윤수의 욕망은 단순히 무시당하지 않고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에서 나아가 삶의 더욱 본질적인 의미를 질문한다. 행복하지 않은 인생은 가치가 없는 것일까? 윤수의 솔직한 욕망은 위태로운 외줄을 타지만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의문을 품기 시작하는 청소년과 먹고 먹히는 삶 속에 지친 성인 모두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설령 불행해진다 해도 나만의 인생을 위해 단단히 내리꽂는 뜨거운 한 수 윤수에게는 사랑이자 흠, 자랑이자 약점인 존재가 있다.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고 한쪽 다리가 불편한, 유난히 키가 작아 난쟁이라 불리는 할아버지다. 할아버지는 바둑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윤수에게 알려 주고, 윤수는 이를 통해 삶이라는 자신의 대국을 바라본다. 가난한 집안 사정은 한편으로는 윤수의 열등감이 되어 발목을 잡지만, 넘어진 윤수를 위로하는 것 역시 할아버지와 엄마의 품이다. 할아버지는 내 부모이자 친구이고, 기쁨이자 행복이며, 흠이다. 할아버지는 나의 해묵은 열등감이다. 149면 그런 윤수를 벼랑 끝으로 모는 소식이 전해지는데, 자주 기침을 하고 어딘지 이상한 기색을 보이던 윤수의 할아버지가 폐암을 진단받은 것이다. 할아버지가 쓰러진 뒤 윤수는 점점 더 막다른 길에 몰리고, 윤수의 집안 사정을 운운하며 괴롭히는 권이철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달려들게 되는데……. 결국 권이철을 쓰러뜨린 윤수는 자신의 욕망을 따라 잊히지 않는 강한 사람이 되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삶이라는 대국에서 자신만의 수를 찾을 수 있을까? 전작 『율의 시선』에서 마치 서로 다른 우주처럼 낯선 타인과 마주하며 일어난 파동을 그리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더욱 깊어진 시선으로 세상과 부딪치며 진동하는 이의 내면을 그리며 삶에 대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는지 뜨겁게 고뇌하는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저마다의 물음표에 단단한 바둑돌 같은 한 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나는 거절하는 법을 잘 알지 못한다. 말없이 멋쩍게 미소 짓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거절이다. 최근 들어서는 거절의 말을 간신히 내뱉을 수 있게 되었지만, 역시 아직은 미숙하다. 나 같은 사람을 세간에서는 호구라 부르는 모양이다. 세상은 단단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다. 그리하여 억지로 단단한 척하며 살아가다가 문득 의아해졌다. 왜 꼭 단단해야만 할까. 물렁한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 걸까. 역으로 물렁한 것이 나의 강점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애당초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걸까. (…) 나는 내 삶의 행복을 믿지 않는다. 행복이라는 순간적인 충만함만을 추구하며 살아가기에는 삶은 지독히 길고 비정하다. 나를 아끼는 사람들은 늘 내게 행복을 빌어 주지만, 나는 그것을 진심으로 긍정하지 못한다. 이 간극은 내게 있어 항상 죄악처럼 느껴졌다. 따라서 행복이라는 가치를 뛰어넘는, 나만의 삶의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소설의 중후반부에서는 더욱 본질적인 것들을 질문하고자 했다. ‘우리 삶의 목표는 정말 행복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관하여. 그리고 주인공 윤수는 마지막 장에서 자신만의 대답을 내놓는다. 힘과 돈, 욕망, 그리고 행복. 그 모두에게 불계패를 선언하며. 행복할 때보단 불행할 때가 더 많아. 하지만 할아버지, 나는 지금 인생을 살고 있어. 그러니 이 소설은 내게 있어 고해성사이자 선언이다. 행복하지 않아도 내 삶의 깊이를 추구하겠다는 내용의 선언. 윤수의 삶을 적어 내려가며 내 삶의 깊이가 더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이 깊이는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 마지막으로 이 장을 빌려 어머니께 아주 사적인 인사를 전한다. 이 장에 언제쯤 도달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바라시는 것만큼 행복하지는 못하더라도 있는 힘껏 제 삶을 만끽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2026년 봄 김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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